브라질을 방문 중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브라질의 유명한 환경도시 쿠리치바를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 시내버스 완전공영제 도입을 언급했다. 버스회사에 매년 2000억∼3000억 원을 보조금으로 줄 바에야 차라리 완전 공영화해 수익을 맞추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확정된 방침은 아니지만 박 시장이 이미 수차례 언급한 만큼 완전공영제 도입 논의가 물살을 타고 있다.
2004년 7월 이명박 시장이 도입한 준(準)공영제는 서울시가 노선 조정 및 버스요금 결정권한을 갖는 대신 버스회사가 본 손실을 예산으로 메워주는 시스템이다. 준공영제 도입으로 버스회사 간의 과당경쟁이 사라지고 버스사고는 60%가량 줄었으며 신호 및 속도위반이 급감했다. 다른 버스 및 지하철과의 환승이 자유로워지면서 승객 만족도가 크게 개선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 해외 3개 도시는 서울 교통카드시스템을 그대로 수입했다. 관건은 예산이다. 2007년 1703억 원이던 적자보전액이 지난해엔 3204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4000억 원까지 늘어나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준공영제의 결함을 바로잡아야겠지만 완전공영제가 해답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서울시내 66개 회사의 버스 7500여 대와 차고지, 가스충전소와 정비시설 등을 모두 사들이려면 최소한 2조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버스회사들이 자산 매각을 거부할 경우 서울시가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도 없다. 혹여 버스회사를 사들인다 해도 준공영제보다 적자폭이 줄어든다는 보장이 없다. 공동차고지나 정비시설 활용으로 인력과 예산을 일부 줄일 수 있겠지만 공기업 특유의 방만한 운영이 불러올 부실이 훨씬 클 것이다.
서울버스공사가 만들어질 경우 지하철공사처럼 노조만 강력한 부실 공룡기업이 만들어질 공산이 크다.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의 지난해 운영적자는 5748억 원이나 됐다. 완전공영제를 실시하는 도시로는 영국 런던이 잘 알려져 있지만 엄청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금도 존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 임기가 2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버스시스템에 손대는 것은 큰 혼란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섣부른 완전공영제보다는 버스회사에 주는 보조금이 새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정비소에서 놀고 있는 차량의 감축을 유도하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