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대중영합주의의 부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지난주 유럽 여행에서의 모든 대화는 한 가지 형태의 질문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 시대의 도전에 맞서라고 국민을 고무시킬 지도자들이 왜 없다고 느껴질까? 전 세계적인 지도력 부재에 대해 세대의 문제와 기술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 보자.

기술적인 것부터 보자. 인텔의 공동 창업주인 고든 무어는 마이크로칩의 정보처리 용량이 18개월마다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을 내놓았다. 각자의 위기 해법에 고심하는 유럽, 아랍, 미국의 지도자들을 보면서 무어의 법칙과 같은 정치 법칙이 없을지 궁금해졌다. 정치 지도력의 질적 수준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새로운 이용자가 1억 명씩 늘어날 때마다 나빠진다는 것 같은 법칙 말이다.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통한 세상의 연결은 모든 곳에서 지도자와 피지배자 간 대화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위에서 아래라는 일방 대화에서 위와 아래의 쌍방향 대화로의 변화는 더 많은 참여, 혁신, 투명성 등 많은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다.

대중영합주의, 그것은 우리 시대 최고의 이데올로기다. 여론조사를 읽고, 블로그를 추적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글을 읽고, 사람들이 갈 필요가 있는 곳 대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정확히 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팔로잉’하면 누가 ‘리딩(leading)’하나?

오늘날 휴대전화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파파라치다. 트위터 계정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기자다. 유튜브 액세스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영화제작자다. 남을 찍으려는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공인이다. 호주의 전 외교장관인 알렉산더 다우너는 최근 “많은 지도자는 전보다 더 큰 감시 아래에 있다. 대중으로부터의 조롱과 지속적인 간섭은 지도자들이 합리적이고 용감한 결정을 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세대교체 문제로 옮겨가 보자. 우리는 미래를 위한 저축과 투자를 신봉하던 위대한 세대로부터 오늘을 위한 대출과 소비를 신봉하는 베이비붐 세대로 옮겨왔다. 이는 조지 W 부시와 그의 아버지 조지 부시로 대비된다. 진주만 공습 직후 자원입대한 아버지 부시는 재정긴축이 필요할 때 세금을 올리는 등 여론에 끌려다니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는 냉전시대의 지도자로 단련됐다. 그의 베이비부머 아들은 징병을 기피했고 2개의 전쟁 와중에 세금을 인하한 미국 역사상 첫 번째 대통령이 됐다.

단기간의 빠른 반응과 판단을 촉진하는 기술을 갖고, 단기간의 만족감에 익숙해진 세대 앞에서 국제 금융위기와 실업, 아랍 국가 건설 등 장기적 해법을 필요로 하는 문제를 다룰 때 지도력은 도전과 맞닥뜨리게 된다. 오늘날 지도자들은 국민에게 짐을 나눠주고,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함께 연구하며, 현명하게 일할 것을 요구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특별한 지도력이 요구된다.

‘하우(How)’라는 책을 쓴 도브 세이드먼은 “진실보다 더 사람들을 고무시키는 것은 없다”고 주장해왔다. 지도자들은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 자신을 취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그는 “진실 공유는 더 좋은 해결책을 찾아내는 시작”이라고 말했다.

지금 미국, 아랍, 유럽의 지도자들에게서는 이러한 면을 볼 수 없다. 아마도 이들 중 한 명은 진실을 말하고 협조를 요청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이 지금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계획이 필요하고, 더 좋은 길을 가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말하는 지도자라면 가상의 세계가 아닌 실제 ‘팔로어’와 ‘친구’를 얻을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포퓰리즘#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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