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찬]제2연평해전 10주년 추모열기 후끈… 부활한 6명의 전우와 NLL 지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김찬 제2함대 23고속정전대 부전대장·해군 중령
김찬 제2함대 23고속정전대 부전대장·해군 중령
감격스러웠다. 10년 전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를 위해 싸우다 산화한 6명의 전우들을 다시 만나는 것 같아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해군은 14일 제2연평해전 10주년 해상기동훈련을 유가족들을 모시고 실시했다.

필자는 제2연평해전 당시 357호정 정장이던 윤영하 소령의 편대장이었기에 유도탄고속함 1번함인 윤영하함에 승조해 훈련에 참가했다. 유도탄고속함의 위용을 보면서 함께 기뻐할 영령들의 명복을 머리 숙여 빌며, 전우들의 고귀한 희생과 가족들의 염원에 보답하기 위해 기필코 NLL을 사수하고 조국의 바다를 지켜 내리라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해본다. 올해로 10주년을 맞는 제2연평해전과 6명의 용사들에 대한 관심과 추모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25분 NLL을 넘어온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31분간의 생사를 넘나든 사투(死鬪). 기습을 받은 우리 해군은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전사 6명, 부상 19명이라는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평소 훈련한 대로 즉각 대응사격을 실시하고 불굴의 전투 의지와 투혼으로 싸웠다. 북한 함정은 대부분 파손된 채 30여 명의 사상자를 내고 퇴각했다.

고 윤영하 소령은 정장으로서 북한 경비정을 예의주시하면서 부하들의 전투 준비를 지휘하다 기습 조준사격에 맞아 장렬히 전사했다. 고 조천형, 황도현 중사는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함포 방아쇠를 놓지 않았다. 고 서후원 중사는 자신의 몸을 숨기지 않고 응전사격 중 산화했고, 고 한상국 중사는 조타장으로 죽는 순간까지 타기를 놓지 않았다. 고 박동혁 병장은 부상한 전우들을 돌보다 100여 곳에 이르는 파편상을 입고 3개월여 힘겨운 투병생활 끝에 전사했다.

우리는 당시 정부가 정한 교전규칙에 따라 최선을 다해 싸웠다. NLL 무력화라는 적의 도발 의도를 분쇄하고 NLL 사수라는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을 목숨 바쳐 완수했다. 자랑스러운 승전이었다.

제2연평해전 교전 직후 ‘참-357호정’의 피탄면을 보면 함교, 포대, 기관실, 통신실 등 주요 선체에만 수십 발의 포탄 자국이 남아 있다. 특히 함교 지휘관 현창에는 구경이 큰 탄흔이 유난히 많다. 이는 치밀한 계획하에 정조준했을 때 가능한 결과다.

또한 북한 경비정은 아군에 집중 공격을 하기 위해 측면 사격을 할 수 있도록 기동했으며, 우리 편대의 기함이던 참-358호정이 북한 함정 앞을 지나가고 40mm 주포가 제한 각을 벗어나는 순간 초탄을 발사했다. 이는 358호정의 공격시간을 지연시키면서 357호정을 집중 사격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근무하는 2함대 내에 제2연평해전 전적비가 있다. 그곳에 가면 윤영하 소령을 비롯해 그리운 얼굴들이 새겨진 동판을 볼 수 있다. 2함대 장병들은 NLL 사수 의지를 굳게 다지기 위해 출동 전에 반드시 전적비를 찾는다.

제2연평해전이 국가와 민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전투로 국민에게 기억되길 희망한다. 우리는 부활한 6명의 전우와 함께 NLL을 지키며 전우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오늘도 적을 기다린다.

김찬 제2함대 23고속정전대 부전대장·해군 중령
#기고#김찬#제2연평해전#융영하#N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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