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몰레드는 화질이 선명하고 전력 소모량이 적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생산단가가 높고 크기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어 지금까지는 주로 휴대전화 같은 소형기기에 사용됐다. 이 분야 기술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성과 LG는 올 하반기에 TV 화면용 대형 아몰레드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미래의 성장동력인 이 기술을 빼돌린 외국 기업이 적발됐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검사장비업체 오보텍코리아의 한국인 직원들이 삼성과 LG의 아몰레드 회로도를 훔쳐 본사에 보냈다. 중국과 대만의 경쟁업체로 넘어간 정황도 포착됐다. 오보텍코리아의 기업윤리도 문제일뿐더러 외국 기업에 근무한다지만 한국인으로서 조국의 이익을 팔아먹은 행위에 해당한다. 삼성과 LG는 기술 개발을 위해 2조4000억 원을 투입했다. 향후 5년간 90조 원 규모로 평가되는 아몰레드 시장을 선점하려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 스파이가 첨단기술을 빼냈다 적발된 사례가 46건에 이른다. 최근 태양전지 생산 장비 제조기술이 중국으로 빠져나간 사실도 확인됐다. 올해 4월엔 아몰레드 기술 일부가 중국으로 유출되기 직전에 적발됐다. 업종에 따라 기술뿐 아니라 관련 전문 인력까지 통째로 빼가기도 한다. 기술을 도둑맞고도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거나 기술이 유출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과거 선진국의 기술을 배워 산업화 기반을 닦은 한국은 이제 후발 주자들이 탐낼 만한 첨단기술을 여러 분야에서 확보했다. 후발 국가들은 막대한 기술개발 비용을 치르지 않고 손쉽게 기술을 훔치려 든다. 기업의 보안의식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삼성은 내부 감찰을 통해 기술이 빠져나간 상황을 파악하고 수사당국에 통보했지만 이미 유출된 뒤였다. 보안관리 수준이 높다는 삼성이 이 정도라면 다른 기업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뛰어난 기술을 개발한 직원들에게 기업이 적극적인 보상을 해 주는 것도 산업 스파이의 유혹에 빠질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다. 수사 당국 관계자는 “기술 유출 사범에 대한 법원의 양형(量刑)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엄청난데도 대부분 초범(初犯)이라 집행유예 등 경미한 형을 선고해 경각심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산업기술 스파이는 미래 먹을거리와 일자리를 빼앗아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범죄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국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