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이 실시된 지 몇 달이 지나면서 학부모 A 씨는 초등학생 아들의 식습관이 이상해진 것을 발견했다. 아들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주전부리를 찾고 “배고프다”고 칭얼거렸다. 학교급식을 먹었을 텐데도 집에 오면 냉장고 문부터 열어젖힌다. 아들이 “요즘엔 맛이 없어 급식을 하나도 못 먹었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엔 아들만 나무랐는데 알고 보니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담임교사가 지켜 서서 밥을 남기지 못하게끔 지도하니까 배식판에 밥을 조금만 받거나, 먹는 척하다가 몰래 버린다는 것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학생 전원에게 급식을 제공하는 시스템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예견된 현상이다. 식료품 가격이 오르니 학교급식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전면 무상급식론자들은 친(親)환경 재료를 쓰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요즘은 중국산 재료나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일각에서 무상급식의 질(質)을 높이기 위해 기부를 받아 급식을 제공하겠다는 ‘기부급식’ 아이디어가 나오겠는가.
급식 질이 떨어지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급식비를 더 부담하겠다”고 학교에 제의해봤지만 거절당했다. 어떤 학교는 원하는 학생에 한해서만 돈을 받고 우유를 제공하려고 했지만 ‘불가’라는 교육청 지침이 떨어져 우유 값을 되돌려주는 일도 있었다. 요즘 어느 교실에나 아이들이 공짜로 지급되는 우유를 마시지 않는 바람에 우유가 그득하게 쌓여 있다.
지난해 서울 초등학교에 공급된 이른바 ‘친환경’ 채소와 쌀에서 잔류농약이 나왔다. 인체에 무해한 수준의 잔류농약은 큰 위협은 아니다. 문제는 교육청이 ‘친환경 쌀’을 쓰겠다고 약속한 데 있다. 최근엔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학교에 육류를 납품하는 유통센터의 거래처 가운데 일부가 신고된 것과 다른 고기를 납품한 사실이 확인됐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우리 국민이 얼마나 ‘먹는 문제’에 예민한가. 불량 식자재를 사용하는 학교 급식에 학부모 불만이 커지는 게 당연하다.
학교마다 학부모 급식 모니터 요원들이 매일 식재료 검수를 하지만 납품업체들이 애당초 원산지를 속이면 알아낼 방법이 없다. 교육청은 문제가 있는 급식재료를 납품받는 학교의 명단도 공개하지 않는다. 교육당국은 급식의 질엔 소홀하고 ‘무상급식’을 지키는 데 더 급급한 것 같다. 교육청은 식재료 납품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급식 질 제고를 위한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