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하종대]화물 파업이 해결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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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일 03시 00분


하종대 국제부장
하종대 국제부장
많은 국민이 우려했던 ‘물류대란’은 없었다. 화물차 운전사의 파업 참여율도 올해는 최고 26.4%로 76.2%까지 치솟았던 4년 전보다 크게 낮았다. 물류 피해 역시 2444억 원으로 2008년 6조4000억 원의 3.8%밖에 안 된다. 파업이 5일 만에 끝난 것도 다행이다.

운임료 9.9% 인상이면 꽤 괜찮은 편이다. 한 달 보통 700만∼1000만 원의 매출에 순수입이 150만 원 안팎인 화물차 운전사에게 운임료 인상분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면 100만 원 가까운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반기는 운전사는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이번에 운임료 인상에 합의한 주체는 화물연대와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다. 화물연대는 주로 수출화물을 나르는 컨테이너 수송 운전사의 이익단체다. 38만 명의 전체 화물차 운전사 가운데 컨테이너 수송 트레일러 운전사는 5%를 약간 넘는 2만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95%는 일반 화물차 운전사로 혜택의 대상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중 삼중으로 이뤄지는 하청구조다. 이번에 화물연대와 협상을 타결한 CTCA도 사실은 화주(貨主)가 아니라 대형 운송사업을 하는 14개 회사의 연합단체로 한마디로 화물 알선업체다. 화주가 화물차 운전사에게 직접 화물을 제공하고 운임료를 준다면 가장 좋겠지만 알선업자가 중간에 한 번 정도 끼는 것도 이들은 견딜 만하다고 본다. 하지만 중개업자가 2, 3곳이나 되니 운전사의 수입은 크게 줄어든다.

첫 번째 알선업체가 운임료의 30%를 떼먹고 2, 3번째 중개업소 역시 10%씩 떼어가기 때문에 결국 자신들이 받는 돈은 화주가 주는 운임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운전사들은 말한다. 이런 다단계 하청구조를 깨지 않으면 화물차 운전사의 처우 개선은 공염불이다. 이런 다단계 하청구조를 가진 선진국은 없다.

화물차 운전사에게 가장 타격을 주는 것은 기름값이다. 10년째 화물차를 모는 이모 씨(55)의 한 달 매출액은 700만 원가량. 이를 위해 서울과 부산을 10번 왕복하는 데 드는 돈은 무려 400만∼430만 원. 매출액의 60%가 유류비로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 고속도로비 55만 원과 보험료 20만 원, 화물차 감가상각비 50만 원을 제하면 겨우 150만 원이 남는다. 식비나 엔진오일 등 차량 유지비는 아예 계산도 안 한 게 이렇다.

15년 전만 해도 화물차 운전사를 하면 먹고살 만했다. 한 달 순수입이 300만 원가량 됐다. 4, 5명의 자녀를 모두 대학에 보내고 빌딩까지 샀다는 30∼40년 전 선배들의 영웅담은 이제 전설이 됐다. 지금은 휴게소에서 파는 6000원짜리 식사도 아까워 도시락을 싸들고 다닌다.

이 씨 역시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할 때 4개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이틀간 먹기 때문에 모두 냉동해 가져간다. 얼린 밥은 휴게소에서 전자레인지에 넣어 데워 먹는다. 마지막 도시락을 먹을 때가 되면 밥은 저절로 해동(解凍)이 돼 있다.

“트럭이 10년 넘었는데 새로 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이쿠, 더는 ‘이 짓’ 하고 싶지 않아요.”

그는 손사래를 친다. 1억 원이 넘는 화물차를 살 돈도 모으지 못했지만 그를 더욱 좌절하게 만드는 건 화물차 운전사는 이제 더이상 희망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해관계가 엇갈려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현재의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화물 파업은 앞으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하종대 국제부장 orionha@donga.com
#화물차 파업#물류#운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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