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초여름 날씨로 전력수요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전력예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우선 전압을 조정하고 그래도 안 되면 전력부하를 직접 제어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게 된다. 이 시스템은 전체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기업이나 가정의 부하를 온라인으로 원격 제어함으로써 갑작스러운 대규모 정전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는 첨단기술이다. 실시간으로 전력수급을 조절하면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도 전력난을 해소할 수 있어 대표적인 친환경 녹색기술로 꼽힌다.
우리나라 개발원조자금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지원을 받아 이 기술이 처음으로 개도국의 전력난 해소에 활용될 예정이다. 아프리카 가나의 중부 도시 쿠마 시는 최근 급격한 도시화로 전력이 부족한 데다 송전효율도 떨어져 만성적인 전력과부하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스마트그리드 직접부하제어기술(DLC)을 통해 전력 송전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실시간으로 전력부하를 조정함으로써 과부하 문제를 친환경적으로 해소할 수 있게 됐다.
EDCF는 태양광과 같은 친환경 녹색사업을 통해 전기혜택을 받지 못하는 개도국 주민을 위한 전기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 베트남 꽝빈 성과 모잠비크 북부지역의 독립형 태양광 발전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베트남은 북부와 남부지역에 사회기반시설이 집중돼 있고 중부는 개발에서 소외돼 있다. 게다가 험준한 산악지형이라 아직 전기 혜택을 받지 못하는 마을이 많다. 모잠비크는 전력 대부분을 남아공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자연히 남아공과 가까운 남부지역에 전력공급이 집중돼 있고 북부지역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험준한 지역이나 넓은 국토에 주민이 소규모로 흩어져 사는 경우 독립형 태양광 발전이 최적의 대안이다. 송전선을 연결할 필요가 없고 디젤 등 연료비 걱정 없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물 관리 기술도 개도국의 경제개발에 기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인 요르단에서는 폐수를 처리해 토양오염을 방지하고 농업용수로 재활용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메콩 강 범람으로 홍수피해가 잦은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는 홍수 예방과 관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살리는 친환경 녹색 공적개발원조(ODA)가 국제사회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적 흐름에 적극 동참해 녹색 ODA 비중을 현재의 15% 수준에서 2020년 30%로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또 EDCF를 통해 아시아개발은행(ADB) 미래탄소펀드에 2013년까지 2000만 달러를 출연하고 베트남에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처음으로 프로그램 차관도 지원하게 된다.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 전략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도해 설립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국내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로 발전시키고,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 규모로 조성될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녹색 ODA 확대가 국내 기업에 성장 잠재력이 큰 개도국 녹색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녹색성장 선도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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