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은 6월 28일 이른바 ‘오바마 케어’(오바마의 의료개혁안이라는 뜻)로 불리던 의료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을 ‘합헌’이라고 판시했다. 미국에서는 약 5000만 명의 미국인이 의료보험 없이 아슬아슬한 의료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다. 이를 시정하겠다며 입안된 법안이 2010년 3월 의회를 통과했으나 26개 주가 반발해 급기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원에 위헌 여부를 묻기에 이른 것이다. 이번 합헌 판결로 오바마 케어를 둘러싼 미국 내 첨예한 갈등이 봉합된 듯 보이지만 과연 그럴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우리 눈에는 좋아만 보이는 의료보험 확대가 미국에서는 왜 반대에 부닥쳤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美“의료보험 가입은 개인의 문제”
첫째, 이 법은 모든 성인에게 의무 가입을 강제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여러 주에서 이미 위헌 판결을 받았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신성시 여기며 존중하는 것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데 의료보험 가입이라는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를 강제하므로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오바마 케어가 강제한 보험은 우리처럼 공공보험이 아니라 민간(사)보험이다. 미국에서는 애초부터 민간보험이 의료보험을 담당해 왔다. 공공보험 창설안은 2009년 의회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부결되고 말았다. 오바마 케어안이 채택되면서 민간보험사들의 치열한 전방위적 로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셋째, 설령 보험을 든다 해도 좋은 진료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국민이 잘 알고 있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민간보험 중에서 형편상 가장 싼 것을 고를 수밖에 없고, 그래서 제한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는 ‘싼 게 비지떡’인 상품일 수밖에 없다. 미국인은 그런 보험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들어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데 반발했다.
넷째, 아무리 싸다고 해도 미국의 보험은 비싸다. 오죽하면 500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무보험으로 의료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겠는가? 더군다나 미국은 지금 192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를 겪는 중이어서 서민들이 여력이 없다.
마지막으로, 새 법은 보험에 들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도록 돼 있다. 2014년에는 1인당 벌금이 95달러, 2016년에는 695달러로 높아진다. 돈 때문에 의료보험을 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보험에 들지 않는다고 되레 벌금을 매기겠다니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의무가입 조항에 국민들 반발 예상
뉴욕타임스는 3월 오바마 케어가 시행될 경우 미국 사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매사추세츠 주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새 법의 의무 가입 조항이 얼마나 큰 반발에 부닥쳤는지 전했다. 매사추세츠 주는 2006년부터 모든 성인의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했지만 지금도 주민의 약 2%(약 5만 명)가 벌금 내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 지역 시민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어엿한 중산층이지만 내가 들 수 있는 가장 싼 보험이 월 1200달러에 달한다. 주택임대료는 어떻게 내느냐”고 하소연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 바로 직전 NBC와 ‘월스트리트 저널’ 여론조사에 따르면 “위헌이면 좋겠다”(37%)는 의견이 “아니다”(22%)보다 훨씬 많았다. 대법원의 정치적 판단으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는 미국 의료보험개혁법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우리가 얼마나 좋은 의료보험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인식하고, 현 체계의 문제점을 잘 보완해 가꾸어나갈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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