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에는 여성 인구가 남성보다 많아지는 ‘여초(女超)시대’에 진입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여성 인구는 2531만5000명, 남성은 2530만3000명으로 역전된다. 성비(性比) 왜곡을 초래한 남아 선호 현상이 사라지고 여성의 기대 수명이 남성보다 긴 데 따른 현상이다. 여초시대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크게 보면 여성 인력을 기업과 국가 경제를 이끄는 핵심 인재로 키우는 일이 한국 사회의 난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 2016년 생산가능 인구(15∼64세)도 정점을 찍고 줄기 시작한다. 부양할 노인은 느는데 일할 사람이 부족한 사회는 지금의 일본처럼 활력을 잃게 된다. 고등교육을 받은 유휴 여성 인력은 저(低)출산, 고령화로 성장 잠재력이 식어가는 한국 경제의 숨은 보고(寶庫)다.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려면 “남성 리더가 여성보다 낫다”는 전통적 관념이나 성(性) 역할에 대한 낡은 고정 관념이 만들어낸 한국 사회의 ‘유리 천장’부터 깨야 한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 신입사원 중 여성 비율은 40%로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슷하다. 그러나 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1%로 유럽(17%)과 미국(15%)은 물론이고 중국 대만 등 아시아 10개국 평균(6%)에도 훨씬 못 미친다. 여성 신입사원이 최고위직으로 올라가는 비율이 낮은 것은 출산 육아 부담으로 중도 탈락률이 높은 원인이 크다. 그러나 육아와 관련한 인프라를 갖추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여성에게 적절한 업무와 리더십을 수행할 기회를 주지 않는 기업문화로는 21세기의 선도기업이 되기 어렵다. 마르틴 헤메르트 고려대 교수는 “한국 기업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우수한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방법을 익혀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기업에서의 여성 열위(劣位)를 사회와 기업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여성 스스로 도전도 해보기 전에 꿈을 접는 ‘자기 안의 유리 천장’을 깨야 한다. 맥킨지의 디렉터(고위 임원급)로 승진한 김용아 씨는 “성공한 여성 리더를 보고 배울 기회가 부족한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학교와 기업 현장에서 여성의 역할모델을 제시하고 직업 멘토링을 활성화하는 일도 필요하다. 월마트 등 글로벌 기업은 일찌감치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 사회에서 저평가된 여성자원을 잘 활용해야 경제활동인구 감소에도 대비하고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꿈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