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헌기]산업재해 경제적 손실 18조원… ‘간장녀’처럼 일터 안전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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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일 03시 00분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체리피커’족이 늘고 있다고 한다. ‘케이크 위의 체리만 골라먹는 사람’을 가리키는 경제용어로 ‘실속을 잘 챙기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체리피커’와 비슷한 ‘간장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꼼꼼하게 절약하면서 자신을 꾸미는 여성 소비층을 말한다. 분수에 맞지 않게 명품을 좋아하고 과소비를 일삼는 여성을 비하하는 ‘된장녀’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체리피커와 간장녀는 실속 중심의 합리적 소비 트렌드를 나타내는 사회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깐깐하고 실속 있게 챙겨야 할 게 소비 생활뿐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수많은 선택의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같은 식사주문부터 진학, 취업, 이사, 투자 등 우리 삶에서 선택은 늘 존재한다. 이 때문에 비용을 최소화하고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꼼꼼하고 합리적인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일터에서 체리피커 혹은 간장녀처럼 할 수 있는 깐깐한 선택은 무엇일까? 여러 요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안전’ 여부다. 우리는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로, 또는 ‘설마’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안전’을 무시하고 ‘위험’을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위험이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실제로 위험이 사고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다. 만일 위험이 사고로 이어질 경우 막대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 사고까지는 아니더라도 근로자들의 불편이나 불안심리가 계속되면 생산성이나 경쟁력이 떨어져 오히려 기업경영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일터에서의 안전보건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만연된 위험 불감증으로 인해 산업현장의 사고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일터에서는 하루 250명이 다치고, 매일 6명이 귀중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도 18조 원으로 교통재해의 1.4배가 넘고, 자연재해와 비교해서는 무려 15배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일터에서 안전보건의 중요성을 전파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매년 7월 첫째 주를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으로 정하고 있다. 안전에 해이하기 쉬운 여름철, 주변의 위험을 살펴보고, 안전을 챙기자는 의미이다.

올해로 45회째를 맞는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 행사가 2일부터 6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안전한 일터, 건강한 근로자, 행복한 나라’를 슬로건으로,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산업안전보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일터의 안전보건은 나와 우리 모두를 위한 깐깐하고 합리적인 선택이자 배려다. 또 건강한 사회를 지탱하는 견실한 뿌리다. 7월 강조주간이 우리사회와 일터의 안전보건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뜻 깊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기고#백헌기#간장녀#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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