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들의 구속 행렬이 길어지고 있다. 2010년 12월 이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구속됐지만 불행하게도 예방주사가 되지 못했다. 이 정권의 창업공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도 비리 혐의로 구속됐다. 수감 중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도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이 대통령의 측근이다.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정두언 의원도 마찬가지다. 어제는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비리 혐의로 검찰에 출두했다. 정권의 도덕성에 마지막 조종(弔鐘)이 울리는 듯하다.
이 전 의원은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코오롱 측으로부터 모두 7억여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두 저축은행은 퇴출을 막기 위해 정치권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이 전 의원에게 건네진 돈을 단순한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는 유력한 근거다. 비서실에서 이뤄진 석연찮은 돈 세탁도 의혹의 냄새가 물씬 났다.
이 전 의원은 평소 “명박이는 명박이고 나는 나”라고 했지만 권력의 생리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발언이었다. 친동생이 대통령이 아니었어도 그가 국내외에서 그 엄청난 권력을 누릴 수 있었겠는가. 그는 동생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늦어도 2008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기 전에 정계에서 은퇴하고 현실정치에서 손을 뗐어야 했다. 동생이 국민한테서 잠시 위임받은 정치권력을 마치 자신의 전리품(戰利品)인 양 휘두를 일이 아니었다. 이 전 의원은 “내가 무슨 정치에 관여하나. 왜 나를 음해하나”라고 억울한 듯이 말했지만, 그가 알게 모르게 인사에 개입하고 국정에 영향력을 미쳤음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530만 표 차로 대승(大勝)한 데는 노무현 정권의 국정 실패와 부패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 정권도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된 친인척 측근 비리의 궤적(軌跡)을 그대로 밟고 있다. 정권의 핵심부에서 민간인 불법사찰 같은 일이 벌어진 것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이 대통령이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측근과 친인척들을 살폈더라면 지금 같은 ‘형제정치’의 파탄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할 일만 남았다.
대통령 친인척 측근 비리가 계속되는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는 관점도 있지만 제도 탓만 할 수는 없다. 근본적 이유는 대통령들이 대선 승리에 도취해 역대 정권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자세가 안 돼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