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바다와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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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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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폭침당한 천안함의 함미는 폭발 지점에서 북쪽으로 180m 떨어진 해저에서, 함수는 반대편 동남쪽으로 6.4km 떨어진 곳에서 각각 발견됐다. 함미에는 구조되지 않은 승무원들이 타고 있었지만 해군은 49시간이 지나서야 함미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해양과학기술원의 해양예측시스템 조류(潮流)분석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었다면 침몰 지점을 바로 찾아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 기술은 최근에야 개발됐다.

▷2007년 7월 유조선 후베이 스피릿호에서 기름이 유출돼 태안 앞바다가 검은색으로 뒤덮였다. 당시 당국은 기름이 33시간 후 해안에 닿을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14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조류와 바람을 정확하게 예측해 대응했다면 6000억 원에 이르는 피해액의 20% 이상을 줄였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03년에는 태풍 ‘매미’가 상륙해 경남 마산의 해변에 있던 지하 노래방이 침수되면서 8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재해를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미리 예측하고 대비해 피해를 최대한 줄인다는 점에서 후진국과 차이가 있다.

▷이 같은 피해는 해상의 조류 해류 바람 파고 수온 염도 등을 수백m∼수km 단위로 실시간 분석하고 72시간 치를 예측하는 해양과기원의 해양예측시스템을 활용할 경우 크게 줄일 수 있다. 해양연구원이 4일 해양과기원으로 확대 개편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해양수산부가 해체될 때 관련 업계 등에서는 “해양강국으로 가겠다면서 무슨 소리냐”며 불만이 많았다. 해양과기원의 출범으로 이들에게 조금은 위로가 됐을지 모르겠다.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바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육지의 가용자산이 소진돼 30∼50년 후에는 필요한 자원의 상당 부분을 바다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쇄빙선 아라온호를 갖게 되자 각국에서 협력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해양조사선 온누리호는 1400t급이지만 내후년에는 5000t급이 진수된다. 현재 한국의 해양연구 수준은 세계 10위권이며 관련 연구투자는 일본의 6분의 1, 중국의 4분의 1 규모다. 전체 국력의 격차와 엇비슷한 차이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있는 한국이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바다#과학기술#여수엑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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