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국을 지향하는 일본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일본 총리의 지시로 중장기 비전을 검토한 정부 분과위원회가 그제 “정부의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한 사실이 어제 NHK 방송 보도로 드러났다. 일본은 지난달 원자력기본법을 고쳐 ‘원자력 이용의 안전 확보는 국가의 안전 보장에 이바지한다’는 항목을 추가했다. 사실상 핵무장의 길을 튼 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요구하는 수순을 밟는 인상이다. 과거 한국과 중국을 침략했던 일본의 군국주의 DNA가 본격적으로 부활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집단적 자위권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국가가 공격을 받으면 일본이 직접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가해국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국제법에서 인정되는 권리지만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은 패전 이후 만들어진 헌법 9조에 ‘전쟁 포기, 교전권 부인, 군대 보유 금지’를 명기했다. 이번 요구에는 집단 자위권을 핑계로 삼아 이 같은 평화헌법 조항을 뛰어넘으려는 계산이 들어 있는 듯하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부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놓고 줄곧 논란이 벌어졌지만 헌법에 막혀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총리 지시로 보고서가 만들어져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제1야당 자민당의 움직임은 더 노골적이다. 올가을 실시될 가능성이 큰 총선에서 자민당이나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등이 이끄는 보수우파가 승리할 경우 군비 강화와 무력(武力) 행사에 적극적인 강경론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은 4월 ‘국기 국가의 존중 및 자위권의 보유’를 헌법에 명기하고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개칭하는 개헌 초안을 발표했다. 자위권과 군대 보유를 주장하는 이른바 ‘보통국가론’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이다.
일본은 국제 안보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주변국들은 침략전쟁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일본이 헌법 해석을 바꿔 평화헌법을 사실상 내팽개치려는 것 자체가 지역안보의 중대한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 일본 정부와 야당이 선거에서 보수세력의 지지를 얻기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이용하려다가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일본의 양식 있는 지식인과 언론이 나서서 군사대국을 향한 지나친 우경화(右傾化) 시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