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非朴 주자 경선포기 명분 약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9일 03시 00분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이재오 의원은 9일 당내 경선 불참을 공식 선언한다. 정몽준 의원도 같은 날 경선 불참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두 의원은 당원이 아닌 일반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주는 완전국민경선이 실현되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말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선 참여 여부를 놓고 장고(長考)에 들어가 있다. 10∼12일 당내 경선후보 등록을 앞두고 비박(非朴) 3인이 빠진다고 해도 새누리당 경선은 진행되겠지만 경선 분위기가 가라앉을 우려도 있다.

정, 이 두 의원은 새누리당이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사당(私黨)이 됐기 때문에 당원 대 국민 비율이 5 대 5인 현행 경선 룰을 완전국민경선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의 최대주주인 박 전 위원장이나 황우여 대표가 막판까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러나 비박 주자들이 룰을 탓하며 경선 불참을 거론하는 것도 떳떳지 못하다.

박 전 위원장은 작년 말 친이(親李) 세력의 국정 운영이 국민의 신뢰를 잃어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리는 바람에 구원투수 역을 요청받고 전면에 나섰다. 4·11총선의 최대 쟁점인 이명박(MB) 정권 심판론을 차단하기 위해 MB 측근 상당수의 공천 탈락은 불가피했고, 그래서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도 가능했다. 그럼에도 박 전 위원장의 사당 운운하는 비난은 온당치 않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지금의 경선 룰에 따라 2007년 이명박 대선 후보를 선출했다. 이 룰의 직접적인 수혜자는 박근혜가 아닌 친이계였다. 유불리에 따라 경선 룰을 바꾸자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다.

운동선수가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칙을 바꾸자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한국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김창준 씨는 인터뷰에서 “중간에 룰을 바꾸는 것은 미국에서 보지 못한 일”이라며 “(만약) 룰을 변경하려면 미국 헌법 27조처럼 다음 경선을 위해 바꿔야지 자기들 때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박 3인 모두 강점(强點)이 있다. 정 의원은 외교적 식견을, 이 의원은 서민적 감성을 특장으로 내세웠다. 김 지사는 원칙적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경선 룰만 탓하지 말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경선에 참여해 지도자의 자질과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당당하다.
#비박#경선#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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