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헌병들이 경기 평택 미군기지 주변에서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은 한국 시민에게 수갑을 채운 것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위반한 과잉행동이다. 부대 앞 500m 지점까지를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정한 것은 평택시 조례다. SOFA는 미군에게 한국 시민을 단속할 권한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7명의 미군 헌병은 3명의 한국인을 힘으로 제압한 뒤 부대로 연행하려 들었다.
미군 측은 공무집행 중 한국인의 폭력에 대응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태의 진실을 가려봐야 하겠지만 사법처리 권한이 있는 한국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뒤에 즉각 한국인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협정 위반이다. 이번 기회에 주한미군의 영외순찰의 한계를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한미 당국은 관련자를 조사해 위법행위가 드러나면 상응하는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사건 발생 사흘 만인 8일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 등 지휘부가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힌 것은 원만한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이라고 본다. 사건에 관련된 미군 헌병들이 7일 밤 한국 경찰에 출두한 데 이어 어제 또다시 경찰 조사에 응했다. 우발적인 사건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불필요한 반미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다. 10년 전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발생했던 ‘효순·미선 사건’이 촛불시위로 번졌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미군 관련 범죄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미군 당국은 지난해 연이은 10대 여학생 성폭력 사건 이후 야간통행금지 시간을 정하며 자정 노력을 기울였지만 폭력 절도 성폭행 등 범죄가 그치지 않고 있다. 검찰 경찰 관세청의 합동조사 결과 주한미군이 연루된 마약거래 의혹 사건은 30여 건에 달했다. 조직적 유통은 아니라고 하지만 미군 영내가 마약 유통의 온상이 돼서는 곤란하다.
한미 동맹은 안보동맹으로 시작해 이제는 통상, 교육, 문화 등을 망라하는 포괄적 가치동맹으로 확산됐다. 주한미군의 과잉행동과 범죄 연루가 근절되지 않을 경우 한미 동맹에 균열이 올 수도 있다. 주한미군이 주둔지의 국민을 존중해야만 돈독한 신뢰관계가 쌓일 것이다. 한국인도 일부 탈선 미군에 대한 감정으로 대북(對北) 안보의 첨병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 전체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