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상득을 보며 5년 뒤 생각해야 할 대선주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1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솔로몬저축은행 등으로부터 7억여 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어제 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다. 이 전 의원은 법원에서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넥타이를 잡히는 봉변을 당했다. 정권 초부터 이 전 의원이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이 전 의원과 이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 형제 스스로 정권 말기의 불행을 자초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2007년 대선 직전 이 전 의원과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의 만남을 주선했다. 정 의원은 이 전 의원이 돈을 받는 자리에 동석해 영장에 공범으로 적시됐다. 이 전 의원이 받은 3억 원은 대선자금이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구속 수감 중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건설 시행업체 파이시티로부터 받은 8억 원 중 일부를 2007년 대선 때 여론조사나 정세 분석 목적으로 썼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이 끝난 뒤 선거비용으로 327억 원을 사용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어떤 후보도 법정선거비용 한도액을 넘어서 대선을 치렀다고 신고하지는 않는다. 불법 대선자금은 대선 후보들의 아킬레스건이다. 이 대통령은 2009년 신년사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불법 대선자금과 절연하고 탄생한 정권”이라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대통령 자신이 모른다고 불법 자금이 없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과거처럼 재벌들에게 돈을 거둬 나눠주지는 않았을지 모르지만 측근들이 보고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받아 선거비용으로 쓴 돈이 있었을 것이다. 캠프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받은 돈일수록 투명하게 쓰이지도 않고 집권 후 부패와 비리의 싹이 된다. 검찰은 또 다른 불법 대선자금이 있었는지도 수사해야 한다.

대선 주자들은 이 전 의원을 보며 앞으로 5년 뒤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선 후보 캠프는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돈에 쪼들리기 마련이고, 기업은 유력 후보에게 ‘보험’을 들고 싶어 한다. 후보가 모르게, 혹은 모른 척 묵인하는 가운데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기 쉽다. 대선 주자들이 역대 정권의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선거캠프를 차리는 지금부터 주변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5년 뒤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사설#이상득#이명박#대통령 가족 비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