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자 4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마무리됐다. 후보자들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통합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논란이 집중된 김병화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에서도 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이래 국회 인준을 못 받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김 후보자는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및 세금 탈루, 아들의 석연치 않은 공익근무요원 선발에 이어 의정부지검장 시절 로비를 받고 제일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를 축소시켰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양파껍질 벗겨지듯 나오는 의혹에 대해 “몰랐다”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으로 넘어갔지만 납득할 수 없다. 저축은행 브로커와 사흘 간격으로 서울 서초동의 284m² 대형 아파트를 구입한 경위를 추궁받자 “아내가 한 일”이라며 피해 갔다. 이 정도면 임명동의 투표 통과가 불투명하다. 김 후보자 스스로 겸허한 자기성찰 위에서 거취를 판단해야 한다.
김신 후보자는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에게 기도를 요구하고 저서에 ‘지진은 하나님의 경고다. 지진이 발생한 인도의 구자라트 주는 기독교 복음을 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쓴 사실이 알려져 종교 편향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청문회장에서 사과했지만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닐 것이다. 김창석 후보자는 삼성SDS 배임사건 판결과 관련해 ‘재벌 편들기’ 비판을 받았다.
이번 청문회는 대법관 후보들의 전문성 등 직무 적합성은 제대로 따져보지 못했다. 후보들이 도덕성 공정성 중립성과 같은 기본적인 자질을 의심받았기 때문이다. 이들 후보군(群)을 천거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제청권자인 양승태 대법원장과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도 사전 검증을 부실하게 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번 후보 추천을 앞두고 박보영 대법관(여·한양대 졸)을 제외하면 ‘서울대 법대 출신 남성 법관’ 일색인 대법원에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대법관추천위원회가 내놓은 후보자 13명 중 여성과 변호사 출신은 1명도 없었다. 출신 대학 편향성도 개선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체계를 판결에 반영하려면 전문성 못지않게 대법관들의 다양성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