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취 스스로 판단해야 할 대법관 후보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4일 03시 00분


대법관 후보자 4명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 마무리됐다. 후보자들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면서 민주통합당은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논란이 집중된 김병화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새누리당에서도 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이래 국회 인준을 못 받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

김 후보자는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작성 및 세금 탈루, 아들의 석연치 않은 공익근무요원 선발에 이어 의정부지검장 시절 로비를 받고 제일저축은행 불법대출 수사를 축소시켰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김 후보자는 양파껍질 벗겨지듯 나오는 의혹에 대해 “몰랐다” “기억이 안 난다”는 답변으로 넘어갔지만 납득할 수 없다. 저축은행 브로커와 사흘 간격으로 서울 서초동의 284m² 대형 아파트를 구입한 경위를 추궁받자 “아내가 한 일”이라며 피해 갔다. 이 정도면 임명동의 투표 통과가 불투명하다. 김 후보자 스스로 겸허한 자기성찰 위에서 거취를 판단해야 한다.

김신 후보자는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에게 기도를 요구하고 저서에 ‘지진은 하나님의 경고다. 지진이 발생한 인도의 구자라트 주는 기독교 복음을 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쓴 사실이 알려져 종교 편향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청문회장에서 사과했지만 사과로 끝날 일은 아닐 것이다. 김창석 후보자는 삼성SDS 배임사건 판결과 관련해 ‘재벌 편들기’ 비판을 받았다.

이번 청문회는 대법관 후보들의 전문성 등 직무 적합성은 제대로 따져보지 못했다. 후보들이 도덕성 공정성 중립성과 같은 기본적인 자질을 의심받았기 때문이다. 이들 후보군(群)을 천거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제청권자인 양승태 대법원장과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도 사전 검증을 부실하게 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번 후보 추천을 앞두고 박보영 대법관(여·한양대 졸)을 제외하면 ‘서울대 법대 출신 남성 법관’ 일색인 대법원에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대법관추천위원회가 내놓은 후보자 13명 중 여성과 변호사 출신은 1명도 없었다. 출신 대학 편향성도 개선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체계를 판결에 반영하려면 전문성 못지않게 대법관들의 다양성이 중요하다.
#사설#대법관#대법관 후보자#김신#김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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