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BS이사회의 이사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새로 선출하기 위해 어제 1차 선정작업을 완료했다. KBS이사회의 이사 공모에는 97명이 응모했고 신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공모에는 54명이 지원해 1차 후보로 각각 56명과 44명이 뽑혔다. 이들 가운데 KBS 이사 11명,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이 8월 말 이전에 최종 결정된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국내 양대 공영방송 이사진의 전면 교체가 예고되고 있다.
이들 이사진은 KBS와 MBC 경영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KBS이사회는 KBS 사장에 대한 임명 제청권과 KBS 경영에 대한 최고의결권을 갖고 있으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는 MBC 사장을 추천하는 권한과 예산 결산안의 심의 의결권을 지닌다. 이들 이사진의 선임은 현행법상 방통위의 권한으로 돼 있으나 여야 정치권이 사실상 지분을 나눠 뽑아 왔다. KBS 이사진의 경우 여권 추천 인사가 7명, 야권 측이 4명으로 구성되는 식이었다. 사전 내정설도 그치지 않았다. 최근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특정 인사를 내정해 놓고 공모를 진행하다가 파행을 불렀던 것과 같은 일이 KBS이사회 등의 이사 선임에서도 벌어진다는 풍문이 파다했다.
어제 업무에 복귀한 MBC노조의 170일에 걸친 파업도 기본적으로는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파업’의 성격을 갖고 있었지만 이사진 인선이 정치권과 연결돼 있는 제도와 관행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없지 않다. 최근 새누리당이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이사 추천권을 함께 포기하자고 민주통합당에 제의한 것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진일보한 방향이다. 여야 정치권이 이사 인선에 관여하지 말고 방통위가 독자적으로 뽑도록 맡기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식도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5명의 방송통신위원 역시 여야가 3 대 2 비율로 지분을 나눠 갖고 있으므로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방통위 위원부터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인사들이 임명되도록 제도 개선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이번엔 높은 전문성을 지니면서 공영방송의 위상을 당당하게 지켜낼 수 있는 인사들을 선출해야 한다. 공영방송보다 상업방송의 성격이 짙은 MBC에 대해서는 민영화를 포함한 개혁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선 등 각종 선거에서 공영방송이 편향돼 있다는 비판이 더는 나오지 않게 할 책임이 방통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