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하종대]‘21세기의 화약고’ 싼사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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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하종대 국제부장
하종대 국제부장
중국의 영토는 동서와 남북 중 어디가 더 길까? 닭 형상을 한 중국은 언뜻 보면 동서가 더 길어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동서는 5200km지만 남북은 300km나 더 길다.

비밀은 남중국해에 있다. 중국의 최남단으로 보이는 하이난(海南) 섬은 북위 18∼20도에 걸쳐 있지만 중국은 이곳에서 남쪽으로 1600km 이상 떨어진 쩡무안사(曾母暗沙) 섬까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다. 적도에 가까운 이 섬은 말레이시아에서 100여 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남중국해엔 둥사(東沙), 시사(西沙·영어명 파라셀·베트남명 호앙사), 중사(中沙), 난사(南沙·영어명 스프래틀리·베트남명 쯔엉사) 등 크게 4개의 군도가 있다. 이 중 영토분쟁이 이는 곳은 시사 중사 난사 등 싼사(三沙)군도. 중국 대만을 비롯해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 7개 나라가 자국의 영토 또는 대륙붕이라며 다투는 곳이다.

싼사군도의 육지는 52km²에 불과하다. 산호초까지 포함하면 114km²다. 하지만 썰물 때 물 위로 드러나는 개펄과 산호초까지 포함하면 4983km²로 제주도의 3배다. 특히 싼사군도에 산재한 200여 도서 해역까지 포함하면 200만 km²나 된다. 최근엔 석유 등 막대한 지하자원이 매장된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원유와 화물의 국제 수송로로서 전략적 가치도 크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주변 7개국이 사활을 걸고 다툰다. 최근 세계 2대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이 지역의 실효 지배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21일 그동안 행정구역에 없었던 이곳에 싼사(三沙) 시를 설치했다. 바로 오늘(20일)부터 시 정부가 정식으로 현판을 내걸고 행정업무를 시작한다. 중국은 앞으로 일어날 분쟁에 대비해 싼사군도 가운데 가장 큰 섬인 융싱다오(永興島)에 길이 2500m의 긴 활주로를 갖춘 군사비행장을 건설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자국 영토의 앞바다에 위치한 섬까지 관할권을 빼앗긴 베트남과 필리핀 등 주변 국가는 외교적 항의나 시위를 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이들 국가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 등 국제법에 따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메아리 없는 목소리에 그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중국 측에 “강압과 협박 위협 무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지만 중국은 대화에 나설 뜻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이 지역에 군병력을 배치하고 대형 군 병원을 설립하는 등 여차하면 이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일본과의 영토갈등을 빚고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 열도) 문제와 관련해 중국인의 90.8%가 군사력을 동원한 해결방식에 찬성했다. ‘21세기의 화약고’는 중동이 아닌 싼사군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하지만 이는 중국이 반세기 넘게 표방해온 화평외교가 아니다. 후진타오(胡錦濤) 지도부가 그토록 강조해온 화평굴기(和平굴起)도 아니다. 나아가 중국이 원하는 ‘대국의 길’도 결코 아니다.

중국이 진정으로 세계를 주도하는 강대국을 지향한다면 주변국과의 갈등부터 해소해야 한다. 주변국과 마찰하면서 세계를 주름잡을 수는 없다. 과거 제(齊)나라 환공(桓公)은 빼앗았던 소국(小國)의 땅을 대의(大義)를 위해 되돌려줌으로써 중국 역사에서 첫 패자(覇者)가 될 수 있었다. 역사 속에 교훈이 있다.

하종대 국제부장 orionha@donga.com
#중국#싼사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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