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이젠 국정 각론 제시하고 평가받기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0일 03시 00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라는 대담집을 내놓았다. 안 원장은 서문에서 “4·11총선이 예상치 않게 야권의 패배로 귀결되면서 나에 대한 정치적 기대가 다시 커지는 것을 느꼈을 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 열망이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서 무겁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 가능성과 함께 출마 시 범야권 후보로 나서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 원장은 경제적 사회적 현안과 관련해 나름대로의 진단과 해법을 내놓았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재벌 개혁을 통해 대기업의 특혜를 폐지하고 중소기업을 중점 육성하는 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가 제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행정개혁이 시급하고, 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사법개혁도 필요하며, 재벌체제의 경쟁력은 살리되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에 대해서는 “선별적 복지, 보편적 복지로 나누기보다는 시대 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맞춰 보편과 선별의 전략적 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비교적 균형 있는 시각을 보여줬다.

외교안보 문제에 관련해서는 일부 잘못된 인식을 드러내거나 진단의 구체성이 떨어졌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잘못됐다는 전제하에 “채찍 위주의 강경책은 북한이 곧 무너질 것이라는 설득력 없는 붕괴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 등이 다시 시작돼야 하며 개성공단과 같은 협력 모델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부의 대북 강경책이 북의 붕괴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은 편향적이다. 금강산 민간인 사살이나 천안함 연평도 공격,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도발에서 비롯됐다. 우리 국민과 장병들이 무고하게 희생되고 영토가 유린됐는데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북한을 대할 수는 없다. 그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설득과 소통의 과정이 생략된 채 공사를 강행한 것은 무리”라고 했다. 숱한 세월 논란을 거쳤고, 대법원에서 합법 판정을 내린 국가안보 현안을 소소한 토목공사처럼 언급했다는 생각이 든다.

안 원장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기본적으로 정부의 발표를 믿는다”면서도 “국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빈약했다”고 토를 달았다. 광우병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과정의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발효가 됐으니 폐기보다는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재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협상과 국회 비준 과정에서 민주적인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문제 삼았다. 용산 사태에 대해서는 “개발논리만으로 밀어붙이다 참사가 발생했다”고 서울시의 책임에 무게를 두었다.

안 원장은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이 많아진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겠지요”라고 말해 출마 쪽을 향해 문을 열어놓으면서도 애매모호한 화법은 여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상한 그가 대선을 5개월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도 확실하게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하루빨리 태도를 결정해 국정을 책임질 지도자로서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 도덕성은 충분한지 평가와 검증을 받아야 한다. 국정에 관한 각론도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제는 대담이나 청춘콘서트 식의 퍼포먼스를 펼칠 단계를 넘어섰다.

안 원장이 출마 방식과 관련해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이 썼던 전략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아이젠하워는 민주, 공화 양당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그에게 민주당 후보로 뛰라고 압력을 넣었지만 그는 자신과 가족이 공화당원이라고 선언했다. 아이젠하워는 195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을 사임하고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어 공화당 경선에서 후보를 따내고 11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안 원장처럼 미적거리며 애매한 말로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대선 판을 안갯속으로 몰아넣지 않았다.
#안철수#국정 각론#안철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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