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권력의 균형과 분리에 의해서만 보존된다. 동일한 인간이나 집단이 세 가지 권력을 동시에 행사할 때 모든 자유는 사라진다.”
18세기 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는 1748년 펴낸 ‘법의 정신’에서 입법·행정·사법 권력이 분리돼야 하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가 주창한 ‘삼권분립론’은 현대 정치체제의 근간이며 대한민국의 법질서 역시 이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고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이 상식이 새삼 화두가 되고 있다. 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자금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를 놓고 입법부의 일원인 민주당과 행정부 소속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힘겨루기를 하면서다.
박 원내대표는 19일 검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정치검찰이 대선을 앞두고 제1야당 원내대표를 겨냥해 짜 맞추기 공작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정치검찰을 개혁하겠다”며 당 차원에서 ‘정치검찰 공작수사 대책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급기야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상대 검찰총장에 대해 해임건의안, 탄핵소추안 발의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당 전체가 검찰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민주당을 바라보는 법조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권력 간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무시하는 발상이라는 게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수도권 법원의 한 판사는 “수사를 거부하며 검찰 개혁을 내세우는 것은 입법부가 행정부 위에 서겠다는 선언이자 국가기관의 책무를 통째로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도 “민주당이 스스로 법 위에 서는 ‘성역’이 되려 하는 것”이라며 “이상득 전 의원에 대해서는 수사 확대를 촉구하고 박 원내대표는 수사하지 말라는 것은 이중 잣대”라고 말했다.
입법부를 움직이는 여야 실세에게 저축은행이 불법자금을 살포한 이번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것은 검찰의 임무다. 저축은행 사태로 피해를 본 이들은 한 푼의 이자가 아쉬웠던 서민들이 아니던가. 야당 실세라고 해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다면 이는 ‘권력 간 견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일이다. “한 사람이라도 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의 자유가 사라진다”는 몽테스키외의 말을 민주당과 박 원내대표가 되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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