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환노위, 노사문제 과잉간섭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1일 03시 00분


쌍용자동차는 2009년 경영난 속에 노조의 77일간 장기 파업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직원 7400여 명 가운데 2646명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로 회사를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에 1년 뒤 복귀하기로 하고 무급휴직에 들어간 468명 중 455명은 아직 일터로 돌아오지 못했다. 쌍용차는 올해 국내 완성차업계 중 임금 협상을 가장 먼저 마무리하고 재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사측은 무급 휴직자를 위한 협력업체 채용박람회를 열자고 제의해 타협을 이끌어냈다. 회사 정상화가 늦어져 휴직자 복귀가 어렵게 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련한 대안이다. 직원을 뽑아준 협력업체에는 채용보조금을 줄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어제 열린 쌍용차 무급휴직자 채용박람회에 찬물을 끼얹었다. 휴직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행사 불참을 종용하고 행사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금속노조의 방해로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협력업체가 50여 곳에서 21곳으로 줄고 참석 예정자 120명 중 휴직자 20명만 참석했다. 금속노조는 휴직자들의 생활고를 외면하고 쌍용차에 “1년 뒤 재취업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명분에 집착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여소야대로 구성된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쌍용차 사태와 삼성전자 산업재해를 다룰 특별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벼른다.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를 국회로 끌어들여 지난해 18대 국회 환노위의 한진중공업 청문회 재판(再版)을 만들 모양이다. 당시 환노위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청문회장으로 불러내 정리해고자 복직 권고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해 항복을 받아냈다. 이 회사는 현재 일감이 없어 500명의 직원이 출근을 못한 채 유급휴직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회의 권고안대로 올해 11월 해고자 94명의 복직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국회가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것은 자율 해결의 틀을 깨는 일이다. 국회 청문회는 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 논란을 부르기 쉽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전담하는 KOTRA의 한기원 커미셔너는 얼마 전 중국 투자설명회에서 중국 기자들이 상하이자동차가 인수했다가 매각한 쌍용차를 거론하며 “한국에서 중국 자본에 대한 반감이 큰 것 아니냐”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쌍용차는 지난해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인수돼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으나 판매 부진으로 그해 1125억 원의 적자를 냈다. 쌍용차가 살아나려면 기업경쟁력이 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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