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꽃봉오리가 흉악한 성범죄의 제물이 됐다. 경남 통영의 초등학생 한아름 양(10)을 살해한 범인은 성폭력 전과가 있는 40대 이웃 남자로 밝혀졌다. 전과 12범인 김점덕은 등굣길의 한 양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목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했다. 2008년 12월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전자발찌, 신상정보 공개 확대 같은 대책이 마련됐으나 사각지대(死角地帶)에서 또다시 아동 대상의 잔인한 범죄가 발생한 것이다.
김은 2005년 이웃 동네 6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돌로 내리쳐 다치게 한 혐의로 4년간 복역한 위험인물이다. 이 같은 성폭력 전력이 있음에도 2008년 전자발찌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형이 확정돼 착용 대상이 아니었고 신상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런 제도의 허점 속에서 그는 아무런 제재 없이 돌아다니며 여아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김의 성범죄 전과를 이웃에 공개해 아름 양 가족에게 주의를 시켰더라면 참극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현재 시스템에서 김 같은 위험인물을 감시할 방법은 경찰의 ‘우범자 관리’ 제도뿐이다. 경찰은 3개월에 한 번 김의 동향을 파악했으나 범행을 막지 못했다. 미국 등 선진 법체계를 가진 나라에서는 성범죄자나 폭력 전과자에게 주거 직업 여행 인터넷 사용 등에서 여러 가지 제한을 가하고 있어 재범(再犯)을 저지르기 어렵다.
경찰의 조사 결과 김의 집 컴퓨터에서 ‘야동(포르노)’이 다수 발견됐고 일부는 아동 포르노로 확인됐다. 그가 나이 어린 소녀에게 성적 흥분을 느끼는 소아(小兒)성도착증 환자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아동포르노를 내려받기만 해도 처벌한다. 하지만 한국은 처벌 규정이 사문화(死文化)돼 있다. 아동은 자기보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성범죄자의 표적이 되기 쉽다. 사회와 기성세대가 아동 성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아동 성범죄자 신상 공개는 여성가족부, 성인대상 성범죄자 신상공개와 전자발찌 관리는 법무부, 우범자 관리는 경찰이 담당한다. 우리나라 성범죄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이뤄지는 특징을 보인다. 특히 아동 노인 지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 신체적 약자가 제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부처별로 분리돼 있는 성범죄자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고 경찰의 우범자 관리를 뒷받침하는 법률을 제정해 성범죄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