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데이비드 브룩스]상황대처 뛰어난 오바마 외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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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대선 득표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의 외교정책은 칭찬할 만하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외교팀은 유연하면서도 구체적 상황에 적합한 정책들을 선보였다.

지금은 거창한 독트린이나 새로운 글로벌 구조, 창조적인 외교정책을 제시하는 시대는 지났다. 세계 각국이 상호 작용하는 것 같지만 실은 지극히 내부적인 문제에 몰두하고 있다. 유럽은 유로존 문제, 중동은 ‘아랍의 봄’, 미국은 경기침체와 부채 문제로 시끄럽다. 중국은 자국의 성장과 안정에 골몰하고 있다.

복합적인 글로벌 문제가 얽혀있는 다극(多極)의 시대가 아닌 요즘에는 가까운 동맹도 철천지원수 국가도 없다. 각국이 애매모호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지도자는 누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악화시키는지 신중히 둘러볼 뿐이다.

이런 때 거창하고 대담한 선지자는 필요 없다. 특수한 상황에 시시각각 관심을 쏟고 지역별 구체적 현안에 잠깐잠깐 관심을 기울이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악보 없이 연주하듯 즉흥적으로 지시하고 처리할 수 있는 지도자면 충분하다.

오바마는 권력정치나 현실적 문제를 민주주의, 인권 요소와 결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리비아 사태에 인도주의적 명분을 들어 개입한 것이 좋은 예이다.

정책실행을 통한 학습능력도 탁월하다. 이란 북한과 대화를 거부하다 대립이 더 심해지자 이를 교훈삼아 이 독재정권들과의 대화 의지를 꾸준히 보이고 있다. 임기 초반 아프가니스탄에 국가 건설을 추진했다 효과가 없다는 걸 깨닫고 관련 정책을 거둬들였다.

오바마는 애매모호한 외교문제도 능숙하게 다룬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군사력을 강화하자 이에 맞서 아시아지역에 전략적 우선순위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했다. 중국과 견제와 협력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고 있다.

오바마는 불확실성도 잘 다룬다.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오바마는 의사결정을 미루면서 이스라엘의 공격도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또 미국이 독자적으로 나설지, 각국이 연합해서 대응할지에 대한 판단도 적절하다.

물론 오바마 외교정책에도 실패는 있다. 일부는 행정부의 자만심에서 비롯됐다. 오바마 정부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양측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 결과 평화는 물 건너가고 말았다. 외교문제를 과도하게 정치화한 것도 실패 요인이었다. 아프간 문제가 대표적이다. 오바마는 미군 철수 일정을 밝혀 아프간 정상화 계획이 결국 실패하게 돼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오바마의 외교 기록은 인상적이다. 오바마는 적을 물리치는 문제나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문제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그는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입지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얘기가 터무니없는 소리라는 것을 보여줬다. 미국이 여전히 세계 질서를 유지하고 정의와 자유를 수호할 책임이 있다는 걸 입증했다.

외교 정책이 미국 대선의 핫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밋 롬니 공화당 대선 주자는 외교 문제와 관련해 일관된 의견을 내놓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것이 오바마 외교가 성공한 것이라는 신호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데이비드 브룩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세게의 눈#데이비드 브룩스#오바마#미국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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