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마다 민생을 강조하지만 해법은 저마다 다르다. ‘대기업 부자 증세로 복지 확대’가 야당 쪽 해법이고 여당은 ‘증세 반대, 그래도 복지 확대’를 약속한다. 청와대에서 21일 열린 민관 끝장토론회에선 “풀 수 있는 건 다 풀자”는 주장이 쏟아졌다. 동아일보가 매겨본 경제이념 척도로 보면 좌파 성향이 강할수록 증세를, 우파 성향일수록 탈규제를 강조했다. 대체 누구의 해법이 맞을까.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부자 증세, 정부 지출과 복지 확대를 강조한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보의 미래’에서 몇 번이나 인용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고 쉽게 말해 좌파다. 이런 크루그먼에게 북유럽의 작지만 알토란 같은 나라 에스토니아가 ‘사이버 전쟁’을 걸었다. 6월 초 그는 지금 같은 위기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해법대로 긴축재정을 하면 절대 안 된다며 “에스토니아를 보라”고 블로그에 썼다. 자신의 경제 해법을 안 따르면 이 꼴이 된다는 투였다.
▷반나절도 안 돼 에스토니아의 토마스 헨드리크 일베스 대통령은 “건방지고 독선적인 크루그먼을 보라”고 트위터에 선전포고를 했다. 이후 거의 10분 간격으로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게 잘못이냐” “우리가 바보로 보이느냐”고 공격을 퍼부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고 성장이 18%나 추락하자 에스토니아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공무원부터 임금을 깎고, 외국기업에 법인세 0% 제도를 유지하면서 규제는 더 풀어 해외투자 유치와 수출에 공들였다. 결과는 지난해 성장률 7.6%로 나타났다. 첨단기업에선 사람 모자란다고 난리다. 크루그먼의 소신과는 안 맞지만 우파적 해법이 옳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그건 그쪽 얘기고…”라고 크루그먼이 반응하듯, 신념과 이념이 너무 강하면 이론도 헛것이고 현실도 안 보일 수 있다. 크루그먼처럼 2007년부터 에스토니아의 경제를 볼 경우, 현재의 국내총생산(GDP)은 최고 호황기였던 2007년 수준에 아직 못 미친다. 그러나 2000년부터 놓고 본다면 그래도 경제는 급속한 침체에서 회복했고 전체적으로 꾸준히 상승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1997년 외환위기를 탈규제와 자유화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 경제 문제는 친성장 정책으로 풀고 양극화 문제는 사회정책으로 풀면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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