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국인 인권운동가 고문한 중국, 문명국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6일 03시 00분


중국에서 ‘국가안전위해’ 혐의로 체포돼 113일 동안 구금됐던 북한인권운동가 김영환 씨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측의 물리적 압박,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김 씨에게 귀환 조건으로 중국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을 시인하고 한국에 돌아가면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강요했다고 한다. 외국인 인권운동가에게 가혹행위를 하고 그 사실을 은폐하려 한 중국은 세계 지도국은커녕 문명국 자격도 없다.

김 씨 일행은 20m²의 공간에 25명이 수용되는 비좁은 곳에 구금됐으며 잠 안 재우기를 당한 것 이외에도 하루 13시간씩 강제노역을 했다고 한다. 김 씨가 고문을 당했다고 허위 주장을 할 리가 없는데도 중국은 한국 정부의 사실 확인 요청에 “그런 일이 없다”며 잡아떼고 있다. 김 씨가 공개적으로 가혹행위를 폭로한 만큼 중국 정부는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실시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관련자를 문책하고 한국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한국 정부 역시 자국민이 지속적으로 부당한 가혹행위를 받고 있는 것을 막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김 씨 일행이 체포된 뒤 6월 11일에 이미 김 씨로부터 가혹행위를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으나 이로부터 한 달 반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외교통상부는 “사실 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원칙론만 늘어놓았다.

중국이 인권후진국이란 것은 새삼스러운 사실이 아니다.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를 여전히 가둬두고 있으며 티베트에서 벌어지는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군사력을 동원한 유혈 진압을 서슴지 않는다. 파룬궁 수련자들이 당한 고문을 고발하는 사진전이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제3국의 공관 진입에 실패할 경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북한으로 강제 송환해 사실상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김 씨 일행을 체포한 경위도 석연치 않다. 중국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았고 현지 법률을 위반하지도 않은 한국인을 북한의 사주를 받아 불법적으로 감금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납치·테러 징후가 있어 김 씨 일행을 보호하기 위해 체포했다는 설명을 누가 납득하겠는가. 중국은 어떤 근거로 김 씨 일행이 중국의 주권·영토·안보 저해, 국가분열, 사회주의제도 파괴행위를 했다는 것인지 분명한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사설#중국#김영환#김영환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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