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가수 이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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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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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의 실력자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는 열렬한 발레 팬이었다. 특히 저우언라이는 중국 발레의 산파 역할을 했다. 러시아의 지도자를 초빙해 무용수를 육성한 뒤 1950년대에 ‘백조의 호수’ 등 서양 작품을 공연했다. 이후 저우언라이는 중국의 혁명스토리를 무용극으로 만드는 일에 눈을 돌렸다. 대표적인 작품이 ‘홍색 낭자군’으로 하이난다오의 여자들이 일으킨 반봉건투쟁을 다뤘다. 1972년 미국과 중국의 역사적인 수교를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저우언라이와 함께 이 무용극을 관람했다.

▷북한의 김정일도 예술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그가 22세 때 북한 정부 내에서 처음 맡은 일이 ‘문화예술 지도’였다. 김정일은 ‘꽃 파는 처녀’ 등 혁명 가극을 제작했으며 노래를 여러 편 작곡했다는 설도 있다. 중국 신화통신의 북한 전문 기자인 가오추푸는 최근 펴낸 책 ‘김정일과 조선’에서 북한 음악에 주목했다. 그는 ‘북한의 어떤 것도 음악을 넘어서지 못한다’며 음악을 북한의 최고 통치수단이라고 규정했다. 김일성왕조 우상화와 북한 주민의 세뇌 작업에 음악이 적극 동원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에 납치돼 8년 동안 억류됐던 영화배우 최은희 씨의 회고록에는 북한에서 주요 공연이 있을 때 고위층들이 빠짐없이 참석한다는 증언이 들어 있다. 김정일이 베푸는 저녁 술자리에도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연주단이 동원된다. 예술인들과 가까이 살아온 김정일이 무용수 출신 고영희를 부인으로 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김정일과 고영희 사이에 태어난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의 부인 이름이 이설주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은 이설주가 중국에서 성악을 전공했다고 어제 밝혔다. 북한 동영상 자료에는 2011년 신년음악회 때 이설주라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외모로 미뤄 동일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문화예술을 일찍부터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가수 출신 부인이 그의 예술적 일면을 보여준다. 중국은 1960년대 문화대혁명 때 예술을 오로지 혁명의 도구로 인식했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사망한 뒤 중국은 과오를 깨닫고 예술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후 개혁개방을 통해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김정은의 예술적 관심이 북한의 앞날에 어떻게 작용할지 궁금하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
#북한#김정일#이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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