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숙청된 이영호는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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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세계의 눈과 귀가 런던 올림픽에 집중된 지금 평양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제안에 따른 ‘위대한 조국해방전쟁 승리 59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가 열리고 있다. 최룡해 당정치국 상무위원이자 군 총정치국장이 군복을 입은 채 연설했다.

7월 18일 김정은이 ‘공화국 원수’에 취임했고, 27일에는 김일성 탄생 100주년 다음 가는 중요 행사인 ‘전승절(戰勝節)’ 경축행사가 열렸다.

이에 앞서 7월 25일 김정은은 평양 시내의 능라인민유원지 준공식에 젊은 여성과 함께 출석했다. 북한 매체는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원수와 부인 이설주 동지께서 능라인민유원지를 돌아보시었다’고 보도했다. 놀랍게도 유원지를 시찰하는 김정은은 수행간부와 함께 놀이기구를 즐기고,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다음 날 김정은은 다시 부인과 함께 봉화예술극장에서 전승절을 축하하는 군 공연도 관람했다.

이처럼 연출된 축하행사를 보면 7월 15일 이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 해임도 그 일부이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해임은 언제부터 계획된 것일까. 이영호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됐을 때 함께 총참모장에 발탁돼 인민군 창건 65주년 열병식에서 축하연설을 했다. 김정일 장례 때 김정은은 영구차 오른쪽 맨 앞에, 이영호는 왼쪽 맨 앞에 섰다.

친구인 한 북한 연구가는 4월 중순 노동당 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된 인사를 보고 “이건 이영호 총참모장에 대한 포위망”이라고 분석했다. 최룡해가 발탁돼 이영호보다 더 높은 서열 4위를 차지하고 군 인사와 조사권을 가진 총정치국장에 취임했기 때문이다. 또 2인자 장성택이 이미 당 정치부장,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었는데 이영호는 국방위원에 선출되지 않았다.

나는 친구에게 “너무 지나친 해석”이라고 반응했지만 지금 보면 그 친구의 날카로운 통찰력이 놀랍다. 그렇다고 최룡해 총정치국장 그룹이 이영호 총참모장을 연행하려고 호위병과 총격전을 벌였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과도한 상상이다.

이영호 총참모장의 해임 이유를 ‘신병 관계’라고 발표했기 때문에 쿠데타를 포함한 심각한 권력투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여러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주 나타났던 숙청사건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맞다.

‘숙청의 원리’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정치학자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는 공산권을 연구하며 ‘시계추 운동’을 말한 바 있다. 공산당 중앙의 방침은 시계추처럼 좌우로 오간다. 거기에 맞춰 자신의 입장을 조금씩 바꾸지 않으면 당 간부라도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7월 15일에 이영호를 해임하고 하루 만에 현영철 인민군 8군단장을 차수로 승격했다. 18일 김정은은 원수에 취임했다. 이영호의 숙청은 지극히 계획적이었음을 보여준다. 당시 정책적인 대립이 일어났다기보다 당 중앙이 스스로를 과시하기 위해 이영호를 희생양으로 만든 것이다. 이영호처럼 고위 관료가 숙청되었으니 이제는 당 통제에 저항하는 군인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군대에 대한 당의 우위가 확인되면서 김정은 체제는 더욱 안정될 것이다. 당과 군 간부의 세대교체도 대폭 이어질 것이다. 남은 과제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새로운 경제 조치를 실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하는 이상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은 안정적인 국제환경과 남북 협력이 필요하다. 이영호 숙청이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북한#이영호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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