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北은 역시 안 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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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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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정은의 행보에 대한 외부 세계의 논평에 꽤나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북한은 그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국방위원회를 동시에 내세워 김정은 시대 북한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가늠하게 하는 발표를 했다. 우리는 이런 방향으로 갈 테니 외부 세계는 멋대로 이러쿵저러쿵하지 말라는 투다. 조평통은 남북 관계에 대해 뭔가 발표를 할 때 나서고 국방위는 대남(對南) 협박을 담당한다. 북한이 선전선동에 능하다는 것을 고려해야겠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분석 자료가 확보된 셈이다.

▷북한은 조평통 대변인의 답변 형식으로 개혁 개방에 대한 자신들의 시각을 밝혔다. 조평통 대변인은 남한에서 북한의 ‘정책 변화’와 ‘개혁 개방’에 왈가왈부하는 것과 관련해 답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 정책 변화와 개혁 개방을 기대하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어리석고 미련한 개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북한의 모든 정책은 절세위인들의 사상과 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 완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추호의 변화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방위 대변인 성명은 북한이 남한과 미국에 맞서 적대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예고로 보인다. 국방위는 한미가 북한의 동상과 기념비를 파괴하려는 음모를 추진했다고 주장하며 온갖 협박을 늘어놓았다. 특히 북한은 미국을 향해 ‘초강경 대응’ ‘강한 물리적 대응공세’ ‘선군의 위력으로 짓부셔버리겠다’ 등의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국방위는 대통령과 국무장관을 비롯한 미국 고위층의 “대북(對北) 적대의사가 없다”는 다짐도 여론을 기만하기 위한 위선이라고 공격했다.

▷북한 발표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북아프리카와 시리아 사태 거론이다. 국방위는 북아프리카 시민혁명과 시리아 사태를 미국의 국가정치테러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북한도 테러 대상으로 지목했다고 주장했다. 리비아와 이집트는 장기 독재에 저항해 봉기한 국민의 힘으로 시민혁명을 달성했다. 시리아 국민도 부자(父子) 세습독재를 몰아내기 위해 일어섰다. 북한은 미국을 비난하기 위해 북아프리카와 시리아를 끌어들였지만 감추고 싶은 약점이 무엇인지를 드러냈다. 김정은 정권을 짓누르는 것은 개혁 개방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자칫하면 북아프리카와 시리아 독재자 꼴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 아닌가.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횡설수설#방형남#북한#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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