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의 열기가 한창이다. 우리나라 올림픽의 역사는 1936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에서 시작된다. 손기정, 남승룡 선수가 그곳에서 일장기를 달고 마라톤에 출전해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이들의 가슴에 있던 일장기를 지우고 보도한 것이 동아일보의 저 유명한 일장기 말소 사건이다. 이들의 마라톤 세계 제패 후 여러 곳에서 두 분을 광고 모델로 활용했다. 그들은 박태환 김연아 손연재처럼 스포츠 마케팅적 가치가 높은 스타 모델의 원조였지만 모델료 한 푼 받지 못했다.
모리나가 미르크 캬라메루(森永 ミルク キヤラメル) 광고(동아일보 1936년 8월 19일)는 “오림픽(올림픽) 전사 손남(孫南) 양군(兩君)의 세계제패를 축하합시다!!”라는 헤드라인에 결승선을 끊고 선수가 들어오는 장면을 간명하게 제시했다. 보디카피는 다음과 같다. “조선이 나흔(낳은) 마라손(마라톤)왕 손기정, 남승룡 두 선수를 본받어(본받아) 우리도 세게(세계)에 일홈(이름)을 날리기 위하야 모리나가 미르크·캬라메루(밀크캐러멜)를 먹고 어서어서 장성합시다.”
캐러멜이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모리나가 밀크캐러멜을 먹고 성장해 스포츠 스타처럼 이름을 날리자는 내용이다. 이 광고에 이어 올림픽 제패를 축하하는 여러 광고가 실렸다. “손기정 군 오림픽 마라손 우승”을 축하하는 광고주 10곳의 합동광고(동아일보 석간 1936년 8월 22일)가 3개면에 전면으로 이어졌다. 25일자에도 “오림픽 전사 손(孫)·남(南) 선수 세계제패”라는 합동광고가 나갔으니, 스포츠 스타를 활용한 스포츠 마케팅의 최초 사례인 셈. 안타깝게도 “만인의 환영을 밧는(받는) 백보환(百補丸)은 오림픽 선수들도 이미 복용 중”(동아일보 1936년 8월 14일) 같은 화평당의 사기 광고도 있었다.
올림픽은 스포츠 민족주의를 강화한다. 스포츠 민족주의가 광장에서 폭발했던 붉은악마 열풍은 1936년의 마라톤 우승에서부터 점화되었으리라.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우리나라를 KOREA로 표기할지 COREA로 표기할지 의견이 분분한데, 후자가 더 낫지 않을까? COREA로 표기하면 선수들이 더 먼저 입장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핵심A(CORE-A) 국가라는 의미도 담을 수 있다. 손기정의 후예들이여, 선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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