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본(本)경선에 나서는 주자로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정세균 박준영 후보 5명이 확정됐다. 이들은 25일 제주를 시작으로 9월 16일 서울에서 막을 내리는 전국 순회 경선에 들어간다. 1위 후보가 과반을 못 얻으면 9월 23일까지 1, 2위 후보의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통합진보당 후보 등 3자 간 후보단일화 과정이 10월에 전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선출되더라도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쳐야 하는 사실을 공식화한 것이다. 민주당의 본경선이 대선 준결승 후보를 뽑는 데 그치는 ‘마이너리그’가 된 셈이다. 민주당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뭉쳐야 산다는 진영 논리만 가득하다.
민주당 주자들의 지지율은 모두 합쳐도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안 원장의 지지율에 못 미친다. 안 원장이 빠지면 새누리당에 맞설 범야권 진영의 전열은 무너질 형국이다. 민주당은 안 원장이 범야권 진영에서 이탈할까 봐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안 원장이 2003년 1조5000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안 원장의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최근 출간한 ‘안철수의 생각’에서 ‘기업주가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 일가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다면 범죄가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원장이 “비판을 겸허하게 인정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안 원장이 재빨리 해명한 것을 보면 정치적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을 핵심적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민주당이 안 원장의 ‘말 따로 행동 따로’ 행적을 따끔하게 나무라지도 못한 채 감싸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안 원장을 18대 대선 입후보 예정자로 분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선관위는 “각종 언론보도 및 여론조사를 통해 안 원장이 대선주자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안 원장은 “출마 선언을 안 했다”며 언론의 검증 공세를 피해나간다. 민주당은 선관위가 인정하는 후보이면서 스스로는 후보가 아니라는 안 원장에게 애타게 매달리고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간의 집권 경험을 지닌 민주당의 초라한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