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형삼]1초의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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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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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람이 ‘멈춰선 1초’ 때문에 메달을 도둑맞아 런던 올림픽에서 비운의 검객이 되고 말았다. 4년간 쏟아낸 더운 땀방울이 그 1초 동안 차갑게 식었다. 상대가 무려 네 차례의 공격 끝에 득점하고 나서야 마(魔)의 1초는 흘러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공격에 걸린 시간이 1.42초로 경기 이외 시간에 득점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승자 하이데만은 타이머의 1초가 1.99초일 수도 있다고 강변했지만 10초 단위 타이머의 1초 표시는 0.01초에서 1초까지를 의미한다.

▷1초의 과학적 정의는 변화를 거듭했다. 1956년 이전에는 지구 자전에 의한 평균 태양일의 8만6400분의 1을 1초로 정의했다. 그러나 지구의 자전이 불규칙하다는 지적에 따라 1956년부터는 지구의 공전을 기준으로 1900년 1월 0일 12시 태양년의 3155만6925.9747분의 1을 1초로 정했다. 1967년 제13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선 세슘-133 원자에서 나오는 복사선이 91억9263만1770번 진동하는 시간을 1초로 새롭게 정의했다. 세슘은 진동 오차가 가장 작은 물질이다. 세슘원자시계는 3만 년에 1초 정도의 오차가 생길 만큼 정확하다.

▷방송국 은행 통신사 등에 한국 표준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표준과학연구원도 여러 대의 세슘원자시계를 활용한다. 정확한 시간 정보는 100분의 1초를 다투는 스포츠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이동통신사는 혼선을 막기 위해 기지국 간 시간오차가 10만분의 1초,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은 10억분의 1초 이내라야 한다. 런던 올림픽 수영장에서 계측을 원자시계로 했다면 공동 2위 박태환과 쑨양의 메달 색깔은 은과 동으로 달라졌을 것이다.

▷스포츠에서 1초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시속 150km의 강속구 투수가 전력투구하면 0.44초 만에 18.4m를 날아가 포수의 미트에 꽂힌다. 타자는 그보다 더 짧은 시간 동안 구질과 방향, 수비수들의 빈틈까지 파악해 공을 쳐낸다. 시속 120km 이상인 축구선수의 페널티킥 볼은 약 0.5초 만에 10.97m 앞의 골라인에 도달한다. 하지만 펜싱은 구기종목이 아니다. 사람이 칼을 휘두르는 속도와 공이 날아가는 속도는 차원이 다르다. 런던 올림픽 펜싱 남자 플뢰레에서 동메달을 딴 최병철은 “내가 꼬마와 경기를 해도 1초 동안 네 번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
#횡설수설#이형삼#런던 올림픽#펜싱 판정 논란#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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