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근혜 발등에서 터진 공천헌금 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일 03시 00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11총선 때 3억 원의 공천헌금을 받은 혐의가 있는 새누리당 현기환 전 의원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이었던 현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네고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받은 혐의로 같은 당의 현영희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 선관위는 비례대표 후보 공천 대가로 중앙당에 50억 원을 내기로 약속한 혐의가 있는 선진통일당 김영주 의원도 고발했다. 선진당은 회계책임자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정당 자체가 고발당했다. 관련 당사자들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니 검찰이 수사로 진위를 가릴 수밖에 없다.

특정 정당 ‘텃밭 지역’의 공천은 거의 당선의 보증수표다. 과거에도 지역구나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받기 위해 중앙당 실세나 공천심사위원에게 돈을 건네는 은밀한 로비가 끊이지 않았다. 4·11총선에서 제기된 공천헌금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시선관위는 올해 3월 새누리당 공천을 받기 위해 현역 의원 동생에게 5억 원을 건넨 혐의로 모 건설회사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심상대 전 민주통합당 사무부총장은 지역구 예비후보 박모 씨에게서 공천 보장 대가로 1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공천헌금은 국회의원직을 사고파는 범죄행위다.

새누리당은 작년 12월 박근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뒤 비대위가 4·11총선 공천을 주도하면서 사실상 ‘박근혜당’으로 바뀌었다. 박 의원은 친이(親李)계가 표적 공천설을 제기하자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을 했다고 맞섰다. 공천헌금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현기환 전 의원은 친박(親朴)계다. 박 의원이 직접 현 전 의원에게 공직후보자추천위원 활동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겉으로 쇄신 공천을 얘기해놓고 뒤에서 친박 인사들이 공천헌금을 수수했다면 박 의원의 대선 행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제 천안에서 열린 대선주자 합동연설회에서 김문수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박근혜 예비후보가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 당이 먼저 조사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박 의원은 “검찰에서 한 점 의혹 없이 밝혀야 될 문제”라고 대응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측근 비리가 터질 때마다 “사실 관계 확인이 먼저”라고 말하다가 나중에는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사태로 악화됐다. 박 의원이 이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될 것이다. 검찰은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을 헤아리지 말고 성역 없는 수사에 나서야 한다.
#경선#대선#박근혜#새누리당#현기환#공천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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