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색과 선으로 현대 산업사회 인간들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쓸쓸함을 표현하기로 유명한 데이비드 호크니(1937∼)의 그림입니다. 그를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각인시킨 ‘A Bigger Splash’(1967년)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첨벙’입니다.
영국 왕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작가는 캘리포니아의 눈부신 햇살과 수영장에 매료됩니다. 수영장이 미국식 자유로움과 경쾌함의 상징처럼 보였던 거죠.
그림에 묘사된 수영장에 가득 차 일렁이는 물의 반사면, 튀어 오르는 물방울의 파편들이 사실적이지만 기묘하게 평면적인 느낌을 줍니다. 맨 앞에 놓인 다이빙대와 멀리 있는 건물 사이에 수영장이 가로놓여 있지만 이들 사이에 거리감은 사라져버립니다. 딱딱한 화면 안에서 사방으로 치솟으며 자유곡선을 그리는 물방울의 궤적만이 그림 속 유일한 움직임이어서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한껏 몸을 날려 수영장 안으로 첨벙 뛰어드는 일은 아이 때나 어른이 되어서나 신나는 일입니다. 햇살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어느 저택에, 이처럼 시원한 수영장에 있다면 얼마나 시원할까요. 특히나 요즘 같은 살인적인 폭염에는 더욱 간절합니다.
이 작품은 2006년 6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무려 550만 달러(약 68억3100만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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