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여러 매체가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발표했다. 영화비평 사이트 TC 캔들러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유명한 에마 왓슨을, 다른 영화비평 사이트 인디펜던트 크리틱스는 ‘인비저블’로 유명한 커밀라 벨을 2011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 1위로 뽑았다. 우리나라의 무비위크는 ‘저널리스트가 뽑은 가장 아름다운 얼굴’ 남자 부문에 하정우를, 여자 부문에 수지를 선정했다. 그들은 처음부터 아름답게 태어났을까, 아니면 나중에 아름다워진 걸까. 아름다운 얼굴을 만들어 준다는 화장품 광고를 보자.
모모야준텐칸(桃谷順天館)의 백색미안수 광고(동아일보 1927년 4월 20일)는 “곳 아름다운 얼골(얼굴)이 되는 백색미안수(白色美顔水)”를 쓰라고 한다. 한복을 차려입은 한국 여성과 기모노 차림의 일본 여성이 갸우뚱하게 쳐다보고 있다. 요즘 광고에서처럼 여인의 모습을 컬러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단아하게 화장한 느낌을 전달하고도 남는다. 광고를 보면 여인의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카피라이터의 논리적인 글 솜씨와 디자이너의 섬세한 드로잉 솜씨가 만나 명작 광고를 빚어냈다.
보디카피에서는 백색미안수에 납 성분이 없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곧 아름다운 얼굴이 된다는 것, 도쿄와 오사카의 상류층 부인들도 안심하고 쓴다는 것, 옛날 분에 연독(鉛毒·납 성분의 독)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는 것, 일본 내무성 위생시험소에서 백색미안수는 무연(無鉛)임을 증명했다는 것, 보디카피에서 무연 화장품이라는 점을 세 번씩이나 강조했던 데에서 납 성분 함유 여부가 1920년대 후반기 화장품업계의 뜨거운 쟁점이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하얀 피부와 서구적 이목구비는 화장감각에 눈뜬 근대인에게 아름다운 얼굴의 기준이 되었다. 광고에서도 아름다운 얼굴의 기준으로 두 가지를 제시했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발표한 아름다운 얼굴도 특정 기준에 따라 선정된 결과다. 하지만 기준이란 언제든지 바뀐다. 그동안 화장품 광고는 아름다운 얼굴의 기준을 거의 다 제시해왔다. 지금 우리 역시 광고에서 만들어낸 화장발 이미지를 모방하고 있는 건 아닌지. 광고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이슬비로 내리지만 야금야금 젖어들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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