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찜통더위 힘들지만 節電에 동참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7일 03시 00분


어제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전 10시 17분 순간 예비전력이 350만 kW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전력경보 ‘관심’이 발령됐다. 관심 경보는 1시간도 안 돼 한 단계 상위등급인 ‘주의’로 바뀌었다. 주의 경보가 발령된 것은 지난해 9·15 정전사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정전사태는 전력 예비율이 100만 kW 이하로 떨어지면서 발생했다. 원전 1기가 멈추거나 순간 전력 수요가 급등하면 ‘아차’ 하는 순간에 지난해와 같은 정전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는 올 3월 정전사고 은폐 이후 멈춰서 있던 고리 원전 1호기를 어제 재가동했다. 전력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고리 1호기 재가동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고리 원전은 최대발전량이 58만7000kW에 불과해 급한 불을 끄는 정도에 불과하다. 폭염 속에서도 블랙아웃까지 가지 않는 것은 공장가동 중단 등 산업계 절전과 휴가철 냉방 수요 분산 덕분이다. 전력 수요의 피크 시기에 100만 kW만 절약해도 원전 1기를 대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원전 1기를 건설하는 데는 2조 원이 든다. 절전(節電)이 곧 ‘국민발전소’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일본은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원전 가동이 절반 이상 중단된 상황에서 당초 목표했던 절감량(15%)을 넘어선 22%를 절감했다. 강박증이라고 할 정도로 국민의 전폭적인 절전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전 대부분이 멈춰선 올해 절전방식은 더 스마트해졌다. NEC는 소형계측기를 분전반(分電盤)에 붙여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에 전력 사용 현황을 나타낸 그래프나 숫자를 보내준다. 개인이 절전 목표를 설정할 수도 있고 목표량을 초과할 때는 주의를 환기하는 e메일을 발송한다.

연일 35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되고 휴가 피크가 끝나가면서 전력 수요는 더욱 늘어날 조짐이다. 그렇지 않아도 폭염으로 전력 소모량이 급증하면서 아파트 변압기에 과부하가 걸려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정전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공급을 일거에 늘릴 수 없으니 수요를 줄이는 도리밖에 없다. 올림픽 경기를 시청할 때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돌리고, 선풍기 대신 부채를 부치는 것도 정전사태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냉방 실내온도를 26도나 27도 정도에 맞추어도 견딜 만하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절전에 동참할 때다.
#사설#더위#절전#정전사고#고리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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