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대통령선거 후보를 겨냥한 흑색선전에 적극 대응해 선거에 끼칠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흑색선전 엄단은 선거철마다 내놓는 검찰의 단골 메뉴다. 4·11총선을 앞둔 1월에는 인터넷 게시판에 허위사실을 30회 이상 올리는 선거사범에게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속성상 흑색선전은 단 한 번의 게재만으로도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안이한 대응이었다.
인터넷매체 ‘온뉴스’ 대표 오모 씨는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에 대해 허위 사실을 퍼뜨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오 씨는 6월 말 네 차례 인터넷매체에 박 의원을 ‘A녀’라고 지칭하며 “2002년 방북 때 성(性)접대를 받았다”는 허무맹랑한 글을 올렸다. 그 전에도 오 씨는 박 의원을 실명으로 비방하는 글을 10여 건이나 게재했다. 검찰은 ‘박 의원의 사생아 출산설’ 등 루머를 퍼뜨려 박 의원 측으로부터 고소당한 미국 내 한인 대상 주간지 ‘선데이저널USA’의 조모 기자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조 씨가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수사가 진척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 때 해외에서 띄우는 흑색선전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범죄인인도협정 등을 활용한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
선거 때마다 흑색선전이 발호하는 데는 검찰과 법원의 책임이 작지 않다. 말로는 “엄단 엄단” 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검찰의 늑장 수사와 법원의 재판 지연으로 선거사범이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기까지는 보통 2, 3년씩 걸린다.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여야나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고 반드시 처벌하는 사례를 축적한다면 후보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나 중상모략이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다. 검찰은 4월 총선 뒤에도 속전속결 수사를 다짐했고 법원도 1심과 2심의 처리기간을 각각 2개월로 줄인다고 선언했다. 19대 총선 때 입건된 선거사범이 1096명이고 이 중 지역구 당선자가 77명인데 사법처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 수 없다.
흑색선전이 선거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야는 정책 개발 대신 공격 재료를 만들거나 방어 전략을 세우는 데 골몰하기 쉽다. 대선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검증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흑색선전은 국민의 이성과 판단을 마비시켜 제대로 된 검증을 막는다. 유권자의 올바른 투표행위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교란행위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