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형삼]관광객이 만드는 일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7일 03시 00분


이형삼 논설위원
이형삼 논설위원
내가 사는 동네 버스정류장 옆 가구점이 이 불황에 문을 닫았다. 뚝딱뚝딱 공사가 시작됐다. 주변과 안 어울리게 번드르르한 대리석 외벽으로 치장을 했다. ‘외국인 전용’ 화장품 매장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외국인 관광객 대상 인삼제품 판매점도 두 군데 있다. 출근길에 지나다 보면 관광버스가 늘 한두 대씩 서 있다. 변두리 주택가 앞 썰렁한 도로변에 한류(韓流) 상권이 형성된 것이다. 자영업 과잉으로 쓰러진 가게 자리를 외국인 관광객 접객업소가 채워주고 있으니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올해 외국인 관광객이 사상 처음 1000만 명을 돌파해 1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7월 한 달에만 100만 명을 넘었다. 국토가 넓고 볼거리, 즐길거리도 많은 일본이 지난해 620만 명을 유치한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과다. 하지만 일본 방문 관광객의 60% 이상이 다시 일본을 찾는 데 비해 한국 방문 관광객의 재방문율은 40%다. 일본은 위로 홋카이도에서 아래로 오키나와까지 두루 관광객을 끌어들이는데 한국은 관광객의 80%가 서울에만 머물다 간다. 관광객 1명이 일본에선 1774달러, 한국에선 1255달러를 쓴다.

원화 약세에 힘입은 양적 성장은 불안 요인을 품고 있다. 환율 효과와 한류 약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데 무턱대고 호텔만 지어 올릴 일은 아니다. 100명이 와서 1000달러씩 쓰고 가는 것보다 50명이 2000달러씩 쓰고 가는 게 질적 성장이다.

‘양질전화(量質轉化)’는 재방문, 지방관광, 개별관광에 달렸다. 전 국토가 ‘노천박물관’의 잠재력을 지녔지만 중앙과 지방, 공공과 민간부문이 따로 놀다 보니 여행상품이 서울 중심의 ‘보는 관광’에 치중돼 있다. 뜨내기 단체관광객을 단골 개별관광객으로 유도해야 한다. 재방문 개별관광객은 씀씀이가 크고 체류기간도 길며 자발적인 입소문 마케팅 요원들이다.

관광수지 적자에 허덕이던 일본은 2003년 ‘일본 방문 캠페인’(Visit Japan Campaign)에 나섰다. 2010년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요코소 저팬’(일본에 어서오세요)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직접 CF에 출연해 손님 유치에 나섰다. 2008년 관광객이 835만 명으로 고점을 찍자 2010년에 끝날 예정이던 캠페인을 2020년까지 연장했다.

2010년부터는 ‘요코소 저팬’ 대신 ‘Japan, Endless Discovery’(일본, 끝없는 발견)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전자가 관광객 머릿수 늘리기에 급급했다면 후자는 재방문에 초점을 맞췄다. 무작정 일본으로 오라는 게 아니라 각 지자체의 특징을 내세우고 온천 스키 골프 음식 전통문화 등 ‘원포인트’ 테마여행을 집중 홍보한다. 민관(民官)의 긴밀한 연계로 지역자원을 활용한 다채로운 체류형 여행상품을 만들고 있다.

2010∼2012년은 ‘한국 방문의 해’다. 관(官) 주도의 일회성 행사에 그친 1994년, 2001년 한국 방문의 해와 달리 이번엔 2만여 개 업소가 참여한 ‘코리아그랜드세일’, 한류 거점 국가에서 개최하는 케이팝(K-pop) 커버댄스 페스티벌, 지방 도시를 오가는 셔틀버스 여행상품 같은 지속형 이벤트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항공사 호텔 백화점 관광공사 등에서 직원을 파견한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민관의 연결고리가 되어 현장과 직결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그 동력을 ‘한국 재방문의 해’로 이어가야 한다. 한 달 관광객 100만 명 시대는 시들어가는 자영업을 일부 살려내면서 일자리도 늘릴 것이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
#오늘과 내일#이형삼#자영업 과잉#관광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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