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나는 단 두 장짜리 메모를 가지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 뉴올리언스에 있는 스무디킹 창립자 스티브 쿠노 회장을 만나 브랜드 인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본사의 재무제표 현황도 알지 못한 채 인수 금액을 대중 잡아 써 갈 정도로 스무디킹 인수에 대한 소망이 간절했다. 그 후로도 매해 쿠노 회장을 볼 때마다 브랜드 인수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고, 지난달 꿈에 그리던 스무디킹 글로벌 오너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사업이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스무디킹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이 다 반대했다. 당시 한국에서 스무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데다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는 스무디 시장이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럼에도 나는 스무디킹을 국내에 들여오기로 결심했다. 그 결정에는 보스턴컨설팅 서울사무소 이병남 대표의 든든한 지지가 있었다.
이 대표는 나와는 아홉 살 차이로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다. 처음에는 부모님을 통해 알게 됐지만 2003년 내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당시 내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스무디를 잘 알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때 나의 관심을 이해하며 많은 조언을 해줬던 유일한 사람이 이 대표였다.
스무디킹을 들여올 때도 이 대표만이 나를 믿고 지지해 주었다. 그때 해준 말씀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반대하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소비자를 설득할 확신이 있다면 자신 있게 밀고 가라.” 이 한마디는 더욱 확고한 신념을 가질 수 있게 한 동시에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자양분이 됐다.
2003년 스무디킹을 한국으로 들여왔지만 초기 5년은 적자의 연속이었다. 수익이 나지 않는 것보다 속상했던 건 함께 초심을 다졌던 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모습을 바라봐야만 했을 때였다. 대표인 나조차도 투자라고 생각하며 근근이 버텨가고 있었는데 월급 받는 직원들은 오죽했으랴.
가장 힘들었던 이 시기에도 이 대표께서는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셨다. 이 대표는 “이런 시기일수록 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줘야 한다”며 “대표의 비전과 직원의 비전이 동일시될 때 비로소 탄탄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나는 직원들에게 어떤 비전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글로벌 브랜드 인수라는 목표를 달성한 지금도 이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대표는 스무디킹 미국 본사 인수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었다. 내가 본사를 인수한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을 때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때도 이 대표는 인수의 포인트를 잡아주고, 인수사례 조사와 같은 물질적 지원은 물론이고 누구보다 든든한 정신적 지원자가 되어 주었다.
이때 해준 “내가 너를 잘 아는데, 이제 너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말은 단순히 ‘넌 할 수 있다’고 응원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컨설팅 그룹 대표로 많은 최고경영자를 만나 본 사람으로서, 그리고 나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의 가능성을 믿어준 것이다.
나는 얼마 전 마흔 번째 생일을 보냈다. 글로벌 오너로서 맞이하는 첫 생일이었다. 지난 9년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스무디킹을 국내에 들여와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미국 본사를 인수하기까지의 모든 일은 이 대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나를 진심으로 믿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니까 말이다.
이제 나는 중국, 싱가포르 등 해외 진출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앞두고 다시 이 대표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다. 늘 진심 어린 마음으로 도와주는 이 대표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당신을 만난 나는 행운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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