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제 아사드 정권을 지켜줄 사람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8일 03시 00분


시리아 총리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버리고 망명하면서 42년 부자(父子) 독재체제의 해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총리의 망명은 아사드 정권을 떠받치던 장관과 고위 장성들이 시리아를 떠나는 ‘엑소더스(대탈출)’의 하이라이트다. 반군의 폭탄공격으로 국방장관과 차관, 안보보좌관이 한꺼번에 사망한 아사드 정권은 이제 고립무원의 상태에 빠져든 형국이다.

총리 일가족의 요르단 탈출을 자유시리아군(FSA) 등 반군단체가 주도했다. 반군의 활동영역이 정권의 핵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사드 정권은 사실상 국가통제 불능의 상태로 다가서고 있다. 시리아 반군은 터키와 이라크 등 국경의 주요 관문을 장악한 지 오래다.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벌어지는 교전상황도 정부군에 유리하지 않다. 아사드 정권의 나팔수를 자임하며 대국민 심리전을 전개하던 국영TV 방송국은 폭탄공격으로 파괴됐다.

17개월 동안 2만여 명의 자국민을 학살한 아사드 정권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서 더욱 무자비한 자국민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이미 수명이 다한 정권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아사드는 민주화라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른 채 결사항전을 외쳤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최후를 상기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권좌에서 내려와 국제사회와 자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그나마 속죄하는 길이다.

최악의 제노사이드(대량학살)가 1년 반 동안 지속되는데도 국제사회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와 중국은 세 차례의 결의안에 모두 거부권을 행사해 안보리를 무력화했다. 냉전시기부터 이어진 군사협력과 무기 거래로 생기는 이익을 지키기 위해 무고한 양민의 학살을 방치한 것은 인륜을 저버린 행위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집단학살 같은 극악한 범죄행위가 저질러진 리비아 사태에 국제사회의 ‘시민보호책임(R2P)’을 근거로 군사개입을 했다. 그러나 경제적 이익이 작은 시리아 사태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리아 사태가 해결되면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들불처럼 타올랐던 민주화 바람인 ‘재스민 혁명’이 1막을 마무리한다. 아사드 퇴진 후 종족 충돌이 일어나면 더 많은 피가 흐를 수 있다. 시리아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이 요구된다.
#아사드#시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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