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낙동강에 녹조가 번지고 있다. 일부 주민이 수돗물에서 악취를 호소하면서 식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강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는 남조류의 일종인 아나베나다. 악취가 생기는 원인은 녹조에서 분비되는 지오스민이라는 물질 때문이다. 어제 서울시는 한강 녹조에서 간 질환을 유발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검출됐지만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폭염에 수돗물 불안까지 겹쳐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일부 환경단체들이 낙동강 녹조에서 독성물질을 검출했다고 발표하면서 4대강 사업이 녹조의 원인이라는 이른바 ‘녹조 괴담’이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녹조는 폭염이 지속돼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말하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즉각 자신의 트위터에 “4대강 녹조는 강의 흐름을 막은 오만이 만든 재앙”이라고 대응했다. 녹조 현상이 4대강 사업에 대한 공방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한강과 팔당호의 녹조는 북한강 수계인 춘천 의암호에서 시작돼 하류로 번졌다. 북한강은 4대강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한강 녹조의 경우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면 낙동강 녹조는 폭염과 이상기온 외에 4대강 사업으로 설치된 보(洑)로 인한 유속(流速) 감소가 원인의 하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이 가뭄 및 홍수 조절에 도움을 줬지만 강물을 가둬놓는 데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정치적 공방보다는 과학적 사실관계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녹조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난여름 폭우와 올여름 폭염으로 기후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침엽수림이 활엽수림에 밀려나고 동해에서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에서 잡히고 있다. 강 생태계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녹조에 대한 괴담과 진실을 가려 괴담은 진화(鎭火)하고 사실에 대해서는 정확한 처방이 나와야 한다.
환경부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녹조 괴담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도 명색이 과학자 출신인 유영숙 장관의 존재감이 보이질 않는다. 일부 지역에서 악취 민원이 빈발하는데도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정수처리를 하기 때문에 수돗물에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만일 녹조가 상시적인 기후변화 현상이라면 고도정수처리시설 건립을 앞당기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