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의원이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을 지칭한 ‘그년’이라는 비속어(卑俗語)는 여성비하 의식이 뼛속까지 박혀 있지 않고선 입에 담기 힘든 언사다. 내가 그런 상욕을 들은 것 이상으로 분하고, 또 치욕스럽다. 말로만 진보인 운동권 출신이 ‘세상의 절반’을 어떻게 보는지 확실히 알 것 같다. 그들에게는 그저 ‘그년’일 뿐이다. 동료 의원이 이런 말을 했는데도 침묵하고 있는 민주당 여성의원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 의원은 5일 트위터에 “공천헌금이 아니라 공천장사”라며 “그들의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래서 사과도 하지 않고 얼렁뚱땅”이라고 썼다. 의원으로서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그년’은 ‘그녀는’의 줄임말이고 나름 많은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고의적으로 상욕을 쓰고도 그게 아닌 것처럼 보이게끔 신경 썼다는 얘기다. 파문이 커지자 “‘그년’은 ‘그녀는’의 오타”라고 말을 바꾼 것도 비겁하다. 어제는 “표현이 약하다. 더 세게 했어야 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다시 의기양양해졌다. 절반의 표가 분노로 들끓는데도 민주당 사람들은 문제의식조차 못 느끼는 모양이다.
▷혹자는 ‘그년’을 ‘그놈’과 비슷한 정도의 비속어로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그년’이라는 말에 담긴 남존여비 의식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그래서 남성이 여성에게 ‘그년’이란 함부로 못 쓰는 언사다. 의대 교수인 이 의원의 부인이 병원에서, 20대인 이 의원의 두 딸이 직장이나 결혼생활에서 ‘그년’ 소리를 듣는대도 이 의원은 “사소한 표현에 얽매이지 말라”고 할 수 있는가. 박 의원이 대통령이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그의 ‘그년’ 속에는 여성대통령을 용납할 수 없다는 수컷의 치졸함까지 엿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놈의 헌법’이라는 말로 헌법을 모독해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좌파가 대한민국을 ‘태어나선 안 될 나라’로 안다 해도 우리나라에는 애국심과 어른에 대한 공경, 성실과 예절같이 지켜야 할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 의원의 할아버지인 독립운동가 이회영, 작은할아버지 이시영 초대 부통령도 이런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 변호로 1998년 ‘올해의 여성운동상’까지 받은 그 자손은 4·11총선을 망친 ‘나꼼수 김용민’을 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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