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인 아들까지 ‘뇌물 수금’ 나선 용인시장의 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0일 03시 00분


김학규 용인시장의 부인 강모 씨는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건설업자들로부터 1억6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시장의 아들 역시 용인시 건설업자들에게 관급공사를 수주하도록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8000만 원을 챙겼다. 김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출마 전 지인에게 자신의 체납 세금 5000만 원을 내게 하고, 보좌관에게는 자신의 집 월세 1억여 원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대로라면 부인과 아들까지 비리에 가담한 ‘부패한 시장 가족’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김 시장은 “시민의 믿음과 기대에 반하는, 한 점의 잘못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경찰과 검찰의 사법처리를 지켜볼 일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17년이 지났다. 풀뿌리 자치의 연륜과 경험이 축적되면서 주민 참여와 지역 발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는 곳도 많지만 업자들과의 유착과 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06년 민선 4기 지자체장과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40%인 92명이 각종 비리 혐의로 임기 중에 기소됐고, 16.1%인 37명이 뇌물수수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하차했다. 전북 임실군에서는 민선 5기로 선출된 강완묵 군수가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 취지로 파기 환송됐지만 전임 민선 1∼4기 군수 3명(재선 포함)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모두 사법 처리됐을 정도다.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제와 고(高)비용 선거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일부 부패한 지자체장들은 정당 공천을 위한 헌금성 비용과 선거 경비를 조달하기 위해 인사권 인허가 관급공사를 이용한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둔 2008∼2009년에는 지자체 산하기관 109개가 생겨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올해 2∼4월 492개 지자체 산하기관 중 17개 기관만 실태조사를 했는데도 보은인사나 부당 수의계약, 업무추진비 유용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 기초단체장에게 인허가를 비롯한 권한이 집중돼 있으나 감시와 견제는 취약한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

감사원은 이 같은 지방권력의 부패구조를 올 하반기 중점 감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다 못하면 차기 정부에서 계속할 각오로 강도 높은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 지자체장의 부패에는 돈 선거를 보고도 눈감는 지역 주민의 책임도 없지 않다. 지방자치의 본질을 흐려놓은 지자체 부패와 전시성 선심성 사업으로 인한 지방재정 악화를 막아야 한다.
#김학규#용인시장#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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