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리지갑’ 직장인에게 건보료 덤터기 씌우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1일 03시 00분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할 일부 재력가 가운데 지인의 회사에 위장 취업하는 방식으로 직장 건보료를 내는 사람이 많다. 직장인은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산정하기 때문에 ‘쥐꼬리 월급쟁이’로 위장하면 보험료가 훨씬 싸진다. 이렇게 빠져나가는 보험료가 연 1조7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역과 직장으로 나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통합해 근로소득 비근로소득 등 모든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결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직장인의 ‘보수 외 소득’을 보험료 산정 기준에 포함시킨 것은 위장취업자들의 보험료 빼먹기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자영업자가 주축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자료 보유율이 44%(2011년 기준)에 불과할 만큼 소득 투명성이 낮은 현실에서 실소득과의 상관관계가 높은 소비를 보험료의 주요 부과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하다.

문제는 개편안대로 할 경우 올해 직장인의 건보료 부담 총액이 28조2592억 원에서 31조9397억 원으로 13% 늘어난다는 점이다. 재력가 직장인의 ‘보험료 빼먹기 환수분’ 1조7000억 원을 제외해도 평범한 직장인이 부담해야 할 건보료 상승률은 7% 정도다. 반면 지역 건보료는 7조3166억 원에서 3조6361억 원으로 50% 줄어든다.

지역 건보료가 절반으로 감소하는 것은 ‘재산과 자동차’가 부과 기준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물론 실소득을 추정할 때 재산과 자동차보다는 소비가 더 믿을 만한 지표지만, 재산은 아예 기준에서 빼고 소비를 조금만 반영하면 이런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지역 건보료에서 줄어든 돈은 직장인들이 고스란히 짊어진다. 그렇지 않아도 소득세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는 ‘유리지갑’ 직장인에게 자영업자 치료비까지 부담하라는 것이다.

지역과 직장 보험료 부과체계의 단일화는 장기적으로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소득을 충분히 투명하게 만들어 부담형평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것은 건보공단의 자체 안일 뿐 보건복지부 안이 아니다.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등 소비세 세율을 인상해 건보 재정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아직 시간 여유가 있는 만큼 직장인에게 덤터기를 씌우지 않도록 개편안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사설#건강보험#건보료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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