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한명수]수돗물 먹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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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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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수 한양대 자연과학대학 학장
한명수 한양대 자연과학대학 학장
녹조(綠藻)는 물속에 사는 미세한 광합성 단세포인 미세 조류(藻類·플랑크톤과 물속 식물을 총칭하는 개념)가 번성해 물 색깔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토양, 지하수, 암석 표면 등에도 서식하는 미세 조류는 수(水)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 단계를 차지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는 빛 질소 인이다.

우리나라 수계의 수질은 질소와 인이 풍부하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와 빛만 있으면 자연스럽게 녹조가 발생한다. 여기에 수온이 상승하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한다.

작년 북한강뿐 아니라 최근 팔당댐과 한강 하류까지 녹조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이유는 수온 상승과 폭염 장기화 때문이다. 녹조의 습격은 비단 우리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세계적으로 녹조 발생기간이 연중 4개월 정도였으나 온난화 현상으로 6개월로 늘었다고 보고했다.

미세 조류 중에는 서식처나 발생 장소에 따라 악취 및 독소를 분비하는 것이 있다. 현재 팔당댐을 중심으로 번성하고 있는 유해 미세 조류는 악취를 내는 아나베나 종과 간(肝)에 질병을 일으키는 독소를 생성하는 미크로시스티스 종이 가장 많다. 그러나 두 종 모두 수돗물의 정수 처리 과정에서 제거되기 때문에 수돗물의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이번에 ‘녹조의 습격’에 따라 먹는 물에 비상이 걸렸지만 음용수용으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향후 수돗물의 안전성과 맛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고도 정수처리 기술의 조기 도입이 필요하다. 유속이 느려 녹조현상이 심했던 낙동강 수계에는 일찍이 도입됐지만 한강 수계의 수돗물 정수처리장에는 아직 고도정수처리 시설이 도입되지 않았다.

또 먹는 물은 정수를 통해 독소를 제거할 수 있지만 하천 댐 호수 등에도 녹조가 발생하기 때문에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로 인한 피해까지는 막을 수 없다. 강에서 수영을 하거나 피부에 닿을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실제로 1878년 이후 자연계에서 발생한 녹조로 세계적으로 166명이 사망했고, 2만 명 이상이 조류 독소로 인한 질병에 시달렸다. 조류 독소는 사람뿐 아니라 녹조에 노출된 애완동물 및 가축에게도 위협적이다. 유기물 오염 증가로 수중 산소농도가 떨어져 수중생물이 사망하는 생태계 교란현상도 일어난다.

최근 온난화 현상으로 우리나라 수계의 수온은 1∼2도 상승했다. 녹조현상의 장기화와 범위가 넓어지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고도정수처리 기술 도입과 함께 유해 종과 무해 종을 구별해 세포 수를 계측할 수 있는 새로운 모니터링 기술을 개발해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조류 독소의 모니터링 결과를 반영한 예보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절실하다. 현재는 조류 농도를 기준으로 위험 정도를 판단하지만 조류의 독성은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세포가 많더라도 독성은 약할 수 있고 반대로 수는 적더라도 독성이 강할 수 있다. 조류를 농도 관점이 아닌 독소 관점에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장기 대책으로는 하수처리시설의 증설과 잠재적 오염원 관리를 통한 수계 내의 질소와 인 유입을 차단하는 꾸준한 수질관리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발생한 녹조를 제거하기 위한 방제 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는 녹조 방제의 비상수단으로 조류를 가라앉히기 위해 황토를 살포하고 있지만 황토의 부작용도 적지 않다. 환경부는 서둘러 생태계 교란이 없는 녹조 방제물질의 허가제를 도입하고 녹조 발생을 재해로 규정해 방제시스템을 구축하는 재해 수준의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한명수 한양대 자연과학대학 학장
#수돗물#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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