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 서울시는 한글에 관련된 두 가지 길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글회관에서 통인동 자하문로 세종대왕 생가 터까지 ‘한글 가온길’을 먼저 만들고, 이어서 경복궁에서 세종대왕 생가 터까지 탐방하는 ‘한글 나들이길’을 조성한다는 것. 가온은 가운데, 중심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울산시도 중구에 있는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의 생가 주변을 ‘한글마을’로 꾸민다고 밝혔다. 이런 계획은 광복이 되자마자 곧바로 우리말 사전을 펴내 우리말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선조들의 기획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
을유문화사의 조선말큰사전 광고(동아일보 1947년 9월 29일)에서는 “조선어학회 편찬 조선말큰사전”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예약신청 접수개시’를 알렸다. 보디카피는 다음과 같다. “수록어휘 20만 삽도(揷圖·그림) 6천매라는 최고의 대사전인 조선어학회 편찬 ‘조선말큰사전’은 마침내 오는 10월 9일 뜻 깊은 ‘한글날’에 그 제1권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읍니다. 이 사전이 편찬에 착수된 지 근(近) 30년 동안에 겪어온 파란 많은 내력에 대해서는 이미 세상이 주지(周知·널리 앎)하는 터이므로 (중략) 그러나 아시다 싶이(시피) 용지의 분량이 넉넉지 못하여 많은 부수를 인쇄하지 못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 하겠으니….”
1947년 10월 9일 첫째 권을 발행하고 1949년 10월 9일 마지막 여섯째 권을 발행한다는 내용도 밝혔다. 광복이 이뤄지고 일제강점기 동안 써왔던 일본어에서 벗어나 우리말과 우리글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사전 편찬에 참여했던 외솔 선생은 ‘한글은 목숨’이라며 국어 연구에 평생을 바쳤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 가로쓰기 법을 창안한 분도 외솔 선생이었다.
일본어의 우산을 쓰다가 영어의 우산을 쓰더니 이제는 중국어라는 우산까지 써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라. 우리 말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분들이 뜻밖에도 많다. 한글을 목숨으로까지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조금만 사랑해보자. 외국어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의 십분의 일만 노력해도 어느새 우리 말글 실력은 쑥쑥 커져 있을 터. 머잖아 한글 가온길, 한글 나들이길, 한글마을이 완공되면 들러보는 일도 잊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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