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설립한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에 안 교수의 장인과 부인, 친동생이 임원으로 재직한 사실이 드러났다. 안 교수의 장인은 1995년 3월부터 3년 동안 이사로 재직했고, 부인이 그 뒤를 이었다. 안 교수의 친동생은 1997년 3월부터 4년 동안 감사직을 맡았다. 안 교수는 가족이 임원으로 있을 때인 1999년 10월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고 1년 뒤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최소한 300억여 원의 주식평가 이익을 얻었다.
안 교수 측은 “회사 초창기 경영이 어려워 외부에서 이사 감사를 영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으나 2004년 나온 책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의 내용과 다르다. 안 교수는 이 책에서 “안연구소(안철수연구소)에는 나의 친척이 한 명도 없다. 친인척을 채용하게 되면 다른 직원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안 교수가 2003년 1조 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구명(救命) 탄원서에 서명한 사실도 최근 알려졌다. 경제사범에 대해 “한 번 잡히면 반은 죽여 놔야 된다”는 그의 발언과는 배치된다. 안 교수는 3년 전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새벽까지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만드느라) 가족한테 군대 간다는 말도 안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남편을 군대 가는) 기차에 태워 보내고 혼자 돌아오는데 섭섭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소한 에피소드 같지만 안 교수는 스스로를 성인화(聖人化)하려는 경향이 없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안 교수를 제외한 다른 여야 대선주자들은 정당 소속이다. 상대 당 후보를 겨냥한 각 당의 검증은 ‘네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식으로 치열하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박근혜 의원에게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같은 정당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호 검증도 뜨겁다. 정치권 일각에서 ‘과잉 검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대선을 4개월 앞둔 시점에도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안 교수만 검증 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은 정치의 상식도 정의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안 교수를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로 간주해 그를 비판하는 의견 광고에 대해 선거법 위반 우려가 있다며 제재를 했다. 안 교수는 자신에 대한 사소한 검증에도 성실하게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