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술을 마셔야 맛있게 마실 수 있을까. 최근 한 주류회사에서는 ‘알고 마시면 더욱 맛있는 술’이라는 주류 상식 가이드를 발간했다. 여름철 맥주는 섭씨 4∼6도, 겨울철 맥주는 8∼12도일 때가 가장 맛있고 소주는 첫 잔보다 8∼10도를 유지하는 두 번째 잔이 가장 맛있다는 것. 우리는 보통 냉장고에서 막 꺼낸 4∼5도의 소주 맛이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차면 혀의 감각이 무뎌져 소주 맛이 덜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소주는 오랜 세월 서민과 희로애락을 같이해왔다.
서광주조의 진로 광고(동아일보 1954년 8월 9일)는 ‘진로’라는 브랜드 이름을 크게 강조했다. 시각적 이미지로 ‘주(酒·술)의 사전’을 보고 있는 장면을 제시하면서 소주의 특성을 설명하는 아이디어도 돋보인다. 제품의 특성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여름에는 변질주(變質酒·변질되는 술)가 많은데 오-라(오호라) 진로 마는(만은) 절대 안심하고 먹을 수 잇구나(있구나)”라며 사전에 있는 내용을 읽듯이, 말풍선을 동원해 간접화 기법으로 제시했다. 진로가 순곡주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요약하면 여름철에 쉬거나 변질되는 술이 많았던 당시에 진로만큼은 절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한 셈이다. 소주의 맛을 강조하기보다 변질되지 않는다는 차별점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1950년대까지도 변질되지 않는 술 만드는 기술이 정착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진로에서 참이슬까지, 이 밖에도 여러 종류의 소주가 있어 왔지만 진로는 우리나라 소주 브랜드를 대표하며 발전해왔다.
주류 상식 가이드에서 제시한 대로 온도를 맞춰 술 마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만 인사불성으로 취해 위아래도 몰라보는 학생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주도(酒道)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술 마시는 예의를 조금만 갖추면 술맛이 더 좋아질 것 같다. 술 평론가이자 막걸리학교 교장인 허시명은 ‘허시명의 주당천리’에서 주당 10계명을 제시했다. 그 하나가 “술이 떡이 되지 말고, 술이 덕이 되게 하라”는 것.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지 말고 자신의 생각에 덕이 될 수 있도록 마시라는 뜻이다. 소주도 한류라며 한국 소주를 세계의 명주로 만들자는 그의 제안도 솔깃해 혀에 침이 고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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