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투표지에 이름 올릴’ 후보를 경선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5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이 오늘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지역 순회 경선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첫 경선지인 제주도의 경우 전체 유권자 44만 명의 8%가 넘는 3만6000여 명이 선거인단으로 참여했다며 경선 흥행 기대감에 고무돼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열기로 본다면 각 지역 경선에서 누가 1위를 차지할지 많은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던 2002년 대선 경선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조하다.

대선은 각 정당이 인물과 비전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부각시키고 국민의 시선을 끌어 모을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런 호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야권이나 중도 성향 유권자의 상당수는 민주당이 아니라 안철수 서울대 교수만 바라보고 있다. 정권 교체의 대안 세력으로 안 교수를 꼽고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경선 후보 4명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안 교수에게 미치지 못한다.

‘안철수 현상’은 안 교수 개인에 대한 호감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겠지만 그보다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실망 때문에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욕구가 투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선택해야 할 대선 전략은 분명하다. 국민의 뜻에 부합할 수 있게 당을 쇄신하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안철수 현상’을 대체할 ‘민주당 현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자기 개혁에도, 정치 쇄신에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대선 주자들만 동분서주할 뿐 당은 무기력하다. 심지어 민주당이 앞장서 안 교수를 상대로 구애(求愛)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오로지 새누리당만 꺾으면 된다는 정치공학에 매몰돼 있다. 안 교수더러 ‘일단 나와서 판을 키우라’고 채근하는 이른바 좌파 원로그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이번 대선 경선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대적할 결승전이 아니라, 안 교수와 겨룰 준결승전 후보를 뽑는 마이너리그로 전락한 양상이다.

제1야당이 자체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은 정당정치의 제 모습이 아닐뿐더러 당의 존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이 살려면 이번 경선을 안 교수를 위한 들러리가 아니라, 12월 대선에서 투표지에 이름을 올릴 자기 후보를 국민에게 선보이는 경연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설#대선#경선#민주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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