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걸그룹 카라가 뭇매를 맞고 있다. ‘독도 침묵’ 사건 때문이다. 카라는 이달 22일 5번째 미니앨범 ‘판도라’ 홍보 콘서트에서 “일본에서 독도 관련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입장을 취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순간 카라 멤버들은 당황했고 진행자가 “국내 활동에 대해 질문해 달라”며 위기를 넘겼다. 이후 인터넷 언론은 ‘일본 톱스타 카라, 그들에게 독도는 없다?’ ‘카라, 독도는 한국땅 이 한마디가 어려웠나’ 등 연일 성토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카라와 달리 한류 배우 송일국은 독도 덕분에 ‘개념’ 배우로 떴다. 일본 외무성 차관이 그의 독도 수영 횡단을 문제 삼으며 “앞으로 일본에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해 그의 주가를 올려놓았다. 송일국은 드라마 ‘주몽’으로 일본 내 한류스타 대열에 합류했지만 ‘독도 수영’ 이후 그가 주연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일본 내 방영은 무기한 연기됐다. 항일 드라마 ‘각시탈’ 출연을 꺼린 한류 배우 대신 주연 자리를 꿰찬 배우 주원도 요즘 드라마 밖에서 일제강점기 각시탈 못지않은 슈퍼 히어로 대접을 받고 있다.
▷일본 팬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카라의 독도 침묵에 대해선 “카라 다시 봤다” “현명한 처신이었다”고 박수를 보낸다. 송일국의 독도 수영 이후 “친한 사이인 김장훈이 권유해서 싫다고 말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폄훼하는 보도도 나왔다. 독도 영유권 분쟁을 계기로 한류스타들의 ‘사상 검증’도 한창이다. 소녀시대가 오래전 올림픽경기장 콘서트 리허설에서 ‘독도는 우리땅’을 열창하는 동영상을 들춰내고, 배용준이 2005년 3월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문구를 찾아내 문제 삼고 있다.
▷카라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훨씬 많은 글로벌 스타다. 일본 오리콘차트 상위에 오를 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것처럼 자랑스러워하다 일본 팬들을 의식해 민감한 질문을 피해갔다고 돌을 던지는 건 가혹한 일이다. 올림픽 경기에서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듯 문화교류도 비정치의 영역으로 남겨둘 구석이 있다. 그래야 싸우더라도 화해의 여지가 있지 않겠는가. “일본 시장만 의식한다”는 지적에 카라의 리더 규리는 “한국을 많이 알리고 오겠다는 의도로 봐 달라”고 했다. 애국하는 방법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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